[목요시사회]‘굿바이 마이 프렌드’ ♣
기사입력 1996년 07월 24일 14시 28분
## 죽음을 넘은 '밝은 우정' 에 걸려 죽음의 공포를 짊어지고 살아가면서도 맑은 심성을 잃지 않는 소년과 에 감염될까봐 "기침하려거든 집에나 처박혀 있어"라고 뇌까리는 소년. 이 둘의 만남과 우정을 데이빗 그루신의 음악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가 `굿바이 마이 프렌드'(원제 `The Cure')다. ## 고통 소년과 친구 만남-이별 감동적 그려 에 걸린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로는 `필라델피아'나 `롱 타임 컴패니언' 등이 있었지만 `굿바이…'는 이들 영화들과는 달리 비극의 결말을
준비하는 분위기가 어둡질 않다.
이점이 오히려 슬픔의 무게를 더해주는
장치가 되어 눈물을 쏟게 한다. 에 감염된 덱스터(조셉 마젤로)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해 외로운 에릭(브래드 랜프로)은 소외와 고독의 환경 탓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에릭은 덱스터의 를 치료한답시고 초콜릿식단을 짜기도 하고, 이름모를 풀을 뜯어다 약초요법을 써보기도 하지만 덱스터의 병세는 달라지질 않는다. 하지만 덱스터의 엄마 린다(아나벨라 시오라)는 아무도 가까이하지 않는 아들의 친구 에릭에게 고마움의 키스를 보내고, 에릭은 느껴보지 못했던
엄마의 따뜻한 사랑에 목이 메인다. 어느날 두 소년은 뉴올리언스의 의사가 개발했다는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 미시시피강을 따라 뗏목을 타고 떠나는 가출을 감행한다.
중간에 커다란 배를 얻어타기도 하고,
마음씨 나쁜 어른들과의 해프닝도 벌이면서. 나 죽음의 공포에 주저하는 대신 순진무구한 감성으로 이를 맞아들이는 두 소년의 `마지막 여름'의 여정은 잔잔한 웃음과
따뜻한 사랑으로 넘쳐날 뿐, 슬픔의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덱스터와 에릭은 병원에서도 죽은 척 해서 어른들을 놀래주는 장난을 몇번이곤 계속한다. 결국 덱스터는 이 장난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예정된 비극이었지만 에릭도 덱스터의
엄마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격정에 휩싸이지 않고 슬픔의 감정을 절제, 감동을 강요하지 않은 연출의 미덕이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집으로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어느 엄마와 아이를 바라보다 오열을 터뜨리고 마는 린다의 모습으로 슬픔의 깊이를 전해줄 뿐이다.
옆에 있던 에릭이 눈물범벅이 되어 중얼거리는 한 마디.
"조금 더 노력해보는 건데." 에필로그. 덱스터의 장례식. 에릭은 관속에 누워있는 덱스터의 신발 한짝을 벗기고, 자신의 낡은 운동화를 덱스터의 가슴에 놓아둔다. 냄새나는 내 운동화를 안고 있으면 절대 나를 잊을 수 없을 거야. 이건 비밀인데, 나도 네 신발을 슬쩍 했단다. 내가 이담에
커서도 널 기억하기 위해서야. 도대체 13세이라고는 믿겨지질 않을 만큼 천연덕스러운 마젤로와 랜프로의 명연기가 모처럼 실컷 울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피터 호튼 감독.< 8월3일 호암아트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