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기사입력 1996년 07월 22일 14시 36분
**조경택 8년만의 올스타 선정 '만세' `꿈이냐, 생시냐.' 96올스타에 뽑힌 동-서군 선수 총 40명중 가장 `기분 찢어지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화의 `신인 아닌 신인' 포수 조경택(26)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조경택은 지난 20일 잠실 OB전을 앞둔 오후 5시쯤 장비를 챙기고 있다가 `숨이 턱 막히는' 소식을 들었다.
유승안코치가 실실 웃으며 다가오더니 "너, 올스타 됐어"하는거였다.
전철역에서 코끼리 본 사람마냥 한동안 입을 떡 벌리고 서있다가 "촌놈, 축하한다"며 동료들이 너도나도 한대씩 툭툭 치고 가자 그제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리고는 득달같이 공중전화부스로 달렸다.
고향인 원주에서 은행에 다니고 있는 아내 권희옥씨(25)에게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웬걸, 씩씩거리며 "나, 올스타 뽑혔어"하자 아내는 "업무가 바빠 농담할 시간 없어요, 밤에 집으로 다시 걸어요"하고는 뚝 끊어버리는게 아닌가.
경기가 끝난뒤 다시 전화를 해 몇번이고 진짜라고 하자 그때서야 아내는 울먹이며 "잘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몸은 대전과 원주로 떨어져 2주에 한번꼴로 만나지만 이달초 한동안 조경택의 타격이 부진하자 권씨는 일요일이던 지난 14일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며 정성을 다했다.
원주고를 졸업한 89년, 계약금 없이 연봉 3백만원짜리 연습생으로 태평양에 입단한 뒤 줄곧 불펜포수로만 지내다 8년만에 얻은 영광이었다.
통화가 끝나자 조경택은 94년 11월 가스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부모님 생각에 다시 가슴이 뻐근했다.
"올스타전이 끝나면 꼭 부모님 산소부터 찾아뵙자"고 아내와 약속하고 전화를 끊은 조경택은 이날밤 내내 이리저리 뒤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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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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