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39) ♣

기사입력 1996년 07월 21일 15시 40분


남궁도와 묵기량.

일심부의 중원지부로 변모한 낙양표국의 의사청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은 두 사람이 부주인 묵양대인의 접대를 받고 있었다.

원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차(茶)가 놓여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손을 대지 않는다.

묵양대인이 주인된 도리로 권한다.

"식기 전에 드시지요."

묵기량의 냉정한 어조.

"우린 차를 마시기 위해 온 것이 아니오."

그는 작정을 한 듯 슬쩍 시비를 걸었으나 일심부주는 역시 노련하다.

"하하하. 물론입니다. 중무련과 혈마사는 양립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리를 함께 하셨으니 필경 중차대한 일이겠지요."

남궁도는 평소의 벽천무상검이 아니었다.

"부주께서는 중무련의 방침에 정면으로 적대시하고 있소이다."

묵양대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리가요?"

"어째서 황금사원의 황보소저를 구금하고 있는거요?"

일심부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건》."

묵기량이 묵양대인을 노려보았다.

"만일 황보소저를 내놓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요."

묵양대인이 대꾸하려는 순간에 모용추가 들어서며 실내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호호호》 강호상에서 유명하신 젊은 고수 두 분이 본 일심부를 방문해 주신 이유가 고작 그것이었단 말입니까? 실망입니다."

묵기량은 그녀를 퉁명스럽게 대한다.

"내게 있어 그보다 중대한 일은 없소."

"알고 있습니다. 묵대협에게 있어서 황보공주는 절대적이란 사실을."

모용추는 은근한 시선으로 묵기량의 곁에 있는 남궁도를 살펴본다. 벽천무상검은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동요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묻겠소. 황보소저를 어떤 죄목으로 감금한거요?"

교태롭게 웃는 모용추.

"일심부를 기만한 죄입니다."

남궁도는 말을 돌리지 않는다.

"석방하시오."

"남궁대협의 명이시라면 당연히 따라야 하지요."

모용추의 대답은 놀랍도록 시원하다. 어느 누구도 그녀가 이처럼 간단히 대답할줄은 짐작도 못한 일이다.

궁지에 몰린 것은 일심부주 묵양대인이다.

"사매, 황보소저는 이미...?"

모용추가 묵양대인의 말을 가로챘다.

"아직은 죽지 않았어요. 우리 일심부는 그녀를 양보하는데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무련도 이해해 줘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염정선라 석부용에 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