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제18화>애욕의 소용돌이(38)

기사입력 1996년 07월 20일 13시 51분


사원은 간신히 눈꺼풀을 밀어올렸다. 천장이 보여야 옳았지만 거기 모용추의 얼굴이 있었다.

"당신은 칼잡이로도 유명 하지만 잠꾸러기로도 손색이 없군요."

모용추는 요염하게 웃었다.

사원은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누워만 있을 셈인가요?"

"가능하다면 하루종일도."

모용추가 고개를 흔들었다.

"일심부가 원하는건 무림의 고수이지 술주정뱅이나 잠꾸러기, 게으름뱅이가 아니에요."

사원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당신이 원하는 일은 반드시 내가 할 것이오."

"동침을 하지 않아도 그를 죽이겠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난 이소야를 살려두지 않겠소."

모용추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동작은 참으로 교태로워 어느 사내건 흥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이상하군요. 당신은 나와 동침을 한 후에 그를 제거한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랬소."

"이제는 내 몸에 정말 관심이 없어졌군요?"

사원의 무심한 눈길이 모용추의 얼굴을 훑었다.

"당신은 언제나 나를 원하지 않소. 아마 나를 원하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오. 그래서 이제 당신이 나를 증오하는 일에 전념할까 하오."

모용추가 갑자기 까르르 교성을 터뜨렸다.

"마침내 다시 결심을 했군요."

사원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당신이 나를 증오하길 희망하오."

무적도 사원의 심중을 꿰뚫어 본다는 듯이 야릇한 눈웃음을 흘리는 모용추.

"당신과 손잡고 앞으로 많은 일을 하고 싶어요."

사원은 자뭇 단호하다.

"나는 그러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소."

"황금사원의 봉황곡이 드러나게 돼요. 설마 흥미가 없다고는 하지 않겠죠?"

그녀는 자신있게 말했지만 여전히 무표정한 무적도 사원이다.

"봉황시의 출현은 충분히 강호를 격동시킬 수 있지만 난 관심이 없소."

"무림 최대의 신비를 파헤치는 일인데도요?"

"그렇소."

"놀랍군요. 무림인이라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이목을 집중시킨 채 최고의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실정이거늘."

사원은 그만 입을 다물어 버린다. 더 이상 대꾸할 기세가 아니었다.

모용추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중원최고의 고수는 물론이고 왜국의 고수들도 남해로 몰려 들고 있다고 하는데 당신은 대황의 제일고수로서 명성에 흠집을 내려는 건가요?"

사원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때 외부로부터 긴급한 보고가 날아 들었다.

"중무련에서 파견된 고수들이 방문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