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기장 선탠족'는다 ♣
기사입력 1996년 07월 19일 17시 33분
**반바지+탱크탑 차림 … "피부를 태우리라" "경기도 보고 선탠도 하고." 폭염의 계절을 맞아 경기장 선탠족이 늘고 있다.
경마장, 경륜장, 야구장등 각종 실외경기장에 가면 팬티같은 반바지에 탱크탑을 걸치고 태양과 마주한 신세대 여성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주말마다 빠지지 않고 한달 정도 다니면 선탠 수십번 한 것 못지 않게 섹시하게 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은미양( 생물학과 3년)은 "요즘 유행하는 인공 선탠에 비해 장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돈도 절약하고 지루함도 덜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아니겠냐"고 말했다.
해수욕장이나 한강시민공원 수영장등 물가에서의 선탠에 비해 쳐다 보는 이가 적다는 것도 선탠족의 경기장 이동을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
대다수 남성 관중들이 베팅이나 경기에 열중해 몰래카메라나 망원경을 동원해 의도적으로 훔쳐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경기장 선탠족이 가장 선호하는 곳은 과천의 서울경마장.
특히 경마장 한가운데 위치한 경마공원의 경우, 직사광선과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는데다 갖가지 위락시설과 휴식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선탠족들의 낙원으로까지 꼽힌다.
마사회 홍보실 강정수씨에 따르면, 주말 오후 시간대면 돗자리에 누워 선탠을 하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에 가장 많이 몰린다.
경륜장은 경마장에 비해 시내 중심가에서 가깝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관중석 맨 뒷줄에 앉아 한손에는 선탠 크림을, 또다른 한손에는 음료수를 든 여성이 적지 않다.
베팅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선탠족의 손길은 이밖에 잠실구장을 비롯, 전국 각지의 구장에도 미친다.
가려야할 곳만 가리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태양 앞에 노출해 양산과 모자를 동원하는 일반 관중들과 사뭇 대조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것.
때아닌 경기장 선탠족의 증가에 대한 일반 관중의 평가는 대다수 관중들이 남성이기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편.
한 스포츠전문가는 "우중충한 경기장에서 상쾌한 청량음료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나쁠게 없지 않냐"며 여성 스포츠팬의 증가가 낳은 파급 효과로 해석했다.
<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