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43)
기사입력 1996년 07월 19일 15시 55분
/////// 아름답고 따스한 사랑 (5) ///////.
"야 이놈아 무슨 소리야. 클레오파트라 머리형을 찾으라고 그런게
누군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까 호텔 커피숍에서 봤던 멕 라이언 생각
에 가슴이 뛰었다.
얘기야 어찌됐든 그 금발 미인이 내가 만날 여자
라 이거아니냐. 와우!.
"선생님 만나는 날 인상을 확실하게 주라고 우리 누나, 그게 말이
죠...머리스타일을 맘먹고 팍 바꿨대요. 그런데 선생님 거기 안나왔다
는데요. 꽁지머리한 사람 없었대요".
할말이 없었다. 그녀는 드넓은 커피숍에 앉아있는 남자 중에 꽁지
머리 남자만 찾았고 난 클레오파트라 머리만 찾았다는 스토리다. 아,
돌아가시겠구나.
"얌마. 너희 누나한테 다시 만나자 그래. 내가 실은 말이야...".
그는 선생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채 거의 존경하는 투로 제자를
설득했다. 선생답게 보일라고 꽁지머리를 싹둑 자른얘기며 한 시간이
나 기다리며 한숨 쉬다가 금발의 그녀랑 눈이 몇번 부딪친 얘기.
그
여자 진짜 멕 라이언 국화빵이구나 감탄했던 얘기들.
다음주 월요일 녀석은 누나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밤기차를 타고 부산에 같이 가요.
요번주 아무때나 기차표 2장
사시면 연락주세요. 삐삐 음성녹음으로요".
그리곤 삐삐번호가 적혀 있는 것이다. 요번엔 틀림없다. 학교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부산에 간다. 그러나 항상 말이 그랬지 여름
방학휴가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고 요번주에 부산엘 가서 1박이라도
하려면 토요일 밤 기차밖엔 없다는 얘기가 된다.
밤에 도착하면 해운대 바닷가에라도 가서 폼잡고 거닌다.
새벽녘
에 사랑도 좀하고 오후에 기차를 타고 부산을 출발, 밤에 서울에 도착
하면 그때 사정을 봐서 또한번 뭔가를 시도하면 되지 않겠나.
"세계사에 나오는 여자중에 가장 유명하고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여
자는 클레오파트라이다. 후세의 사가들은 클레오파트라 코가 조금만 낮
았어도, 좀 못생겼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거란 말을 하지만 난 오히려
클레오파트라가 멕 라이언만큼 예뻤다.
그래도 세계사는 정지했을거
란 생각이다. 시저도 안토니오스도 전쟁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신나
게 연애만 했을거라 본다 이거야".
제자 녀석들은 웬 멕 라이언하며 휘둥그래진다.
그는 토요일까지 내내 말도 안되는 공상을 해댔다. 로마라는 단어
에서 멕 라이언까지 태초에 로마가 있었느니라. 로 마는 시저를 낳고
시저는 클레오파트라와 사랑하고 클레오파트라는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멕 라이언이되고 멕 라이언도 요번주 토요일밤 나랑 사랑을 하고 그것
도 세계사와 별로 관계가 없을 것이었다라는 상상의 게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