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아들이 이겼듯이 아버지도 이기셔야죠' ♣
기사입력 1996년 07월 18일 15시 33분
`아버지 힘내세요.' 한화의 최고 소방수 은 지난 17일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아침 일찍부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10년이 넘도록 신부전증으로 고생하고 계신 아버지(구본영51)의 병세가 극도로 악화된 탓이었다.
다급히 대전 성모병원에 아버지를 입원시키고 간병을 하다 부랴부랴 청주구장에 나타났다.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거른 채 운동장에 나와 구단에서 마련한 국수와 김밥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등판을 대기했던 것.
결국 2-3으로 뒤진 7회부터 한화 벤치가 내민 필승 카드는 구대성이었고, 연장 10회의 승부 끝에 4대3으로 역전승 했다.
은 시즌 12승째.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모두 이날 의 구위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평균 시속 146~147㎞였던 것이 144㎞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은 이를 악물었다.
팀을 회생시키는 승전보를 전해야만 병상의 아버지가 한시라도 빨리 쾌유하리라 생각했다.
요즘도 일주일에 두차례씩 혈액을 바꿔야만 겨우 거동이 가능한 아버지는 형 대진(29)과 동생 대성(27)을 모두 야구선수로 키웠다.
그래서 언제나 자식들의 선수 생활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형 대진이 대전고 를 거쳐 지난 91년 쌍방울에 투수로 입단했지만 1년만에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아픔을 병석에서나마 동생 대성에게서 대신 위로받는 처지다.
의 초특급 구원 행진은 이런 상황을 이겨내려는 사부곡(思父曲)과 함께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