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 (36) ♣

기사입력 1996년 07월 18일 14시 45분


단말마(斷末魔)는 처절하다.

중무련 낙양지부의 의사청에 모여있던 중인들은 전원 안색이 변하였다. 단지 면사를 착용하고 있는 추월야접만이 표정을 목격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몹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근처요."

천도서생 방일비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 뒤를 남궁도와 추월야접이 서둘러서 따른다. 그들이 장내에 도착 했을 때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염정선라 석부용이 피범벅이된 나신을 땅바닥에 굴리며 신음을 토해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만신창이로 변해 있었다. "으으…."

고통에 몸부림치는 석부용.

남궁도는 몹시 놀라며 한 걸음에 그녀 곁으로 달려들었다.

"석소저?"

그는 석부용의 출혈부위를 살피다가 흠칫 굳어지고 만다. 이럴 수도 있는가?

마지막 남아있는 눈을 훼손시키는 잔인함이라니….

벽천무상검 남궁도는 이성을 상실할 지경이다. 그는 석부용의 상처를 바라보며 짐승처럼 부르짖었다. "누구 짓이요?"

대답은 그들의 등뒤에서 조용히 들려왔다.

"내가 한 짓이요."

혈마사주 묵기량은 전혀 처참한 상황을 만든 장본인 같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이런 일에 관계가 없는 사람 처럼 유유자적하다. 그의 얼굴 표정 또한 미남자답게 엷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스스로 나서지 않았다면 누구도 잔혹한 가해자로 그를 지목하지 못하리라. 남궁도는 몸서리 치는 광경을 외면하며 벽천무상검을 움켜쥐었다. "불초는 중무련의 남궁도라고 하오. 귀하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르침을 받고자 하외다." 그는 이 순간에도 정중함을 잃지 않는다. 그렇지만 매우 흥분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짐작할 수 있다. 천도서생이 황급히 남궁도를 제지하였다.

"잠시만 기다리오."

"그럴 형편이 아니지 않습니까."

묵기량이 입을 열었다.

"중무련이 설마 그녀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던건 아니겠지요."

남궁도는 의혹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소리?"

천도서생 방일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일심부에서 파견한 간자(間者)임을 일찍부터 우리도 눈치채고 있었소."

충격이었다.

벽천무상검 남궁도는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 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염정선라 석부용이 첩자였다니…?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