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의 영웅들] 그라프..'그랜드 그랜드 슬램'
기사입력 1996년 07월 16일 16시 38분
**88 서울올림픽이어 2번째 대기록 도전 "아버지를 구속한 조국이지만 최선을 다해 올림픽 금메달을 바치겠다." `테니스 여왕' 슈테피 그라프(27.독일)의 오기 어린 각오다.
그라프는 지난 7월 "이번 올림픽에 대표선수로 출전해달라"는 독일체육회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지난해 독일 은 "슈테피 그라프의 후견인인 아버지 페테르 그라프씨가 그동안 딸의 재산을 관리해오면서 탈세를 했다"는 혐의로 구속했다. 아버지가 교도소에 들어간 후 에 빠진 그라프는 지난 1월 벌어진 호주오픈에는 불참을 하는 등 부진의 기미를 보였으나 `여왕'답게 정신을 수습하고 곧 코트로 복귀해 96 프랑스오픈과 을 석권하면서 명실상부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그라프는 아버지가 구속되자 독일을 떠나 미국 에 거주하는 등 모국 기피증을 보였으나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로 뛰어달라는 조국의 부름에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겠다"며 출전을 결심했다. 애틀랜타 올림픽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프로선수 64명이 출전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그라프의 우승이 확실시되고 있다. 과 프랑스, US, 호주오픈 등 그랜드슬램 4개 대회서만 20번이나 우승했고 프로타이틀을 100회나 차지한 그는 최근들어 기량이 절정에 올라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이후 그랜드슬램 5개 대회 연속우승을 하고 있고 고질적인 허리부상도 최근에 완쾌된 상태다. 테니스는 지난 24년 대회 이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가 88년 회서 프로선수의 참가가 허용되면서 62년만에 올림픽 무대로 복귀했는데 여자단식 챔피언이 바로 그라프였다. 그라프는 남녀 선수를 통틀어 그랜드슬램 4개 대회와 올림픽까지 우승, `그랜드 그랜드슬램'을 이룬 유일한 선수다. 이번에 다시 올림픽 정상에 서면 앞으로 좀처럼 깨지기 힘든 `그랜드 그랜드슬램'을 두번이나 이루게 된다. 지난 82년 프로에 입문한 후 벌어들인 상금만 2천만달러(약 1백60억원)가 넘는 그라프는 "아버지를 위해 바쳐질 이번 올림픽 금메달은 돈으로도 따질 수 없이 귀중한 것"이라며 우승을 다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