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헝그리군단' 해태구단
기사입력 1996년 07월 16일 13시 55분
`전국구' 해태는 서울에 오면 유난히 `객지'를 탄다. 다름아닌 숙소 탓이다.
해태의 서울 숙소인 올림픽파크텔이 일반 호텔과 달리 기업체 연수와 외국인 단체관광객, 초청된 재외동포들이 주로 이용해 선수들이 쉬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사인을 해달라'고 방에 불쑥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옆방과 복도에서 밤낮 없이 떠들어 제대로 쉴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식사도 일반 투숙객과 같아 건강한 몸 하나로 살아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양과 질에서 턱없이 모자란다. 선수들은 그동안 구단에 이같은 사실을 이야기하며 숙소를 바꿔 줄 것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해태구단은 시즌 초반 현대 서울숙소인 강남구 청담동의 E호텔로 옮길 것을 검토했으나 방 하나에 1만5천원씩 비싸자 " 서울경기를 현대와 할 경우 방이 모자라 우리는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포기하기도 했다. 그 당시 현대가 1위, 해태가 6~7위를 맴돌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기발한 핑계다.
객지에서는 잘먹고 잘자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해태는 서울에서는 못자고 못먹으니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는 셈이다. 올시즌 해태의 잠실경기 전적이 3승1무8패로 승률이 3할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도 `먹고 자는 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선수들은 "삼성처럼 로 가거나 현대처럼 로 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웬만큼 먹고 잘 수 있는 곳으로 옮겨달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창단 때부터 `해태 환율' 등 신조어를 탄생시켰던 해태는 더이상 지나친 `헝그리정신'을 강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