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LG 최승민은 로봇어깨?

기사입력 1996년 07월 16일 13시 54분


"여기를 잘 보세요."

요즘 불펜에선 가끔 `서커스'가 벌어진다.

배재고 출신 4년생 최승민(22)이 주인공이다.

그가 웃통을 벗고 한번 움찔하면 양쪽 어깨와 팔이 연결되는 부분에 탁구공만한 구덩이가 파인다. 한손으로 반대편 손목을 슬쩍 밀어올리면 이번엔 "우찌근"하는 통나무 빠게지는 소리와 함께 어깨가 정상으로 돌아간다. 오른손 투수인 최승민은 `로봇 어깨'를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어깨가 빠진 뒤로 프로에 입단해서까지 만성적인 어깨 탈골증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제는 자유자재로 어깨를 뺐다 넣었다 할수 있지만 지금도 탈골된 어깨가 자칫 제자리를 못잡으면 정신이 아찔해 진다고. 프로 4년동안 주목할 만한 성적을 남기지 못한 것도 이탓이었다.

있는 힘껏 볼을 뿌리다 혹시 어깨가 떨어져 나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끔찍한 잠재의식에 사로잡혔던 것. 최승민은 그대신 제구력 가다듬기에 전력했다.

그결과 지난달 중순부터 1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규정이닝 미달이지만 9경기에 나가 방어율 1.80으로 팀내 1위에 올라있고, 최근에는 선발로테이션까지 합류했다. 마운드가 약한 가 희망을 부풀리는 이유도 혜성처럼 등장한 최승민때문이다.

최승민은 어깨 탈골로 군면제도 판정받았다.

목욕을 함께 하다 우연히 그의 어깨가 빠진 것을 본 민경삼매니저가 `탈골증'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일깨워줬다. 사실 내야수 출신의 민매니저도 `로봇 어깨'다.

"그게 탈골증인지 10년 동안 몰랐어요."

선발투수로 자리를 굳힌게 행복한 최승민은 툭하면 빠지는 어깨를 빙빙 돌리며 벙글벙글 웃는 날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