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추행사건 그후] '조심 조심 손조심'
기사입력 1996년 07월 15일 16시 13분
**"머리-볼등 무의식중 만질라" 비상 **여학생 부모 남자과외선생 꺼리기도 `노터치(No Touch)신드롬'이 일고 있다. 어린이들에 대한 잇단 성추행이 사회적 핫이슈가 되면서 `손조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최근들어 유치원원장의 원생에 대한 성추행혐의 구속에 이어 40대 남자가 철봉놀이를 하던 10살짜리 여자아이의 엉덩이를 쓰다듬은 혐의로 입건되는 등 어린이 성추행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머리를 쓰다듬는다든가 볼을 만져주는 등으로 표현해온 전통적 사고방식의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서모씨(28.회사원)는 "어린이에 대한 성추행이 빈발하면서 평소 잘 따르던 동네 아이들이 달려와 안길까 두려워 아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면서 "혹시 성추행으로 걸려들면 어떻게 하소연하느냐"고 난감해 했다.
남자 아이의 경우도 귀여워 `특정부위'에 손을 댈 경우 성추행으로 고소당할지도 모른다는 의식이 팽배하고 있다.
고모씨(26.회사원)는 "여학교 동창생의 남자아이 돌잔치에 가면 으레 고추를 만지곤 했는데 이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면서 "해외교포가 현지에서 남자아이가 귀엽다고 `고추'를 만지다 성추행으로 처벌을 받았다는 얘기가 이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닌 시대로 변해 버렸다"고 안타까워 했다.
특히 방학을 맞아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는 대학생들은 성추행으로 몰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여학생을 둔 부모들은 남자대학생을 과외선생으로 모시기를 꺼려하는 경향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석환군(21.H대 2년)은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여자아이에게 영어과외를 하고 있는데 성추행사건이 잇따른 이후 방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은 물론 멀찌감치 앉혀놓고 수업을 진행한다"면서 "공부를 잘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데 이를 본 학생 엄마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 낯이 화끈했다"고 털어놨다.
주인집에 어린아이가 있는 하숙생들 역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기는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아이들과 함께 방에서 놀아줬으나 이제는 `방문사절'을 외치고 있는 실정.
사정이 이쯤에 이르자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에 대한 성추행은 가중처벌돼야 마땅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식의 풍조가 이어진다면 어린이와 어른들간의 단절은 더욱 심화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는 게 사실.
서울 강남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24)는 "용변을 도와주는 등 어린아이와의 보디터치는 유치원에서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면서 "무엇보다도 어린이 성추행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