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응용 감독 '줘도 못 먹나'
기사입력 1996년 07월 14일 16시 41분
▲답: 1회에 타자들이 대량득점을 해줬을 때. 13일 오후 해태투수 은 한때나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투수였다. 1회초 해태타자들이 9점이나 뽑아냈기 때문이다. 이 초구를 던진 것은 오후 7시10분. 타자들이 1회초 공격을 무려 40분 동안이나 하는 바람에 은 `가장 늦게 등판한 선발'이라는 비공식 기록의주인공이 됐다. 은 1승을 줍는다는 생각에 40분 동안 얼마나 행복했을까. 아마 행복하다 못해 지루했을 것이다. 1회말 2번 에게 1점홈런을 맞으면서도 의 `불로소득'은 기정사실이었다. 게다가 2회초 해태가 또다시 4점을 뽑아냈으니 결혼날짜 잡은 노처녀 마음이 이보다 뿌듯했을까. 4이닝만 더 던지면 5월19일 부산 롯데전에서 시즌 첫승을 따낸 뒤 57일만에 1승을 얹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4회말 연속 3안타를 맞자 해태 불펜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2안타를 더 맞아 13-5가 되자 감독은 강태원으로 마운드를 바꿨다. 강태원은 보다 더 좋은 상황. 3~4이닝만 던져도 시즌 첫승을 챙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 내야수 실책과 안타를 맞자 이닝만 던진 채 13-5로 앞선 5회말 무사 1,2루에서 또다시 임창용으로 교체된 것. 임창용 역시 1이닝 동안 2안타, 4구 1개, 1점을 내주고 마운드를 쓸쓸이 내려가야 했다. 결국 이날 1승은 작년 9월15일 광주 쌍방울전이후 개점휴업을 하던 송유석이 2 이닝 동안 2점을 내주고 챙겼다. 김감독은 9-0으로 앞선 경기에 무려 투수 5명을 투입하고 14대10으로 겨우 이긴 뒤 투털거렸다. "자식들, 줘도 못먹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