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보] ○양건3단 ●서봉수9단 본선토너먼트 제4국
기사입력 1996년 07월 14일 16시 06분
(149~173) = 백 150은 오랫동안 양 3단이 노려왔던 한수. 히든카드는 `패'다. 흑 153 때 백 1로 몰면 흑 2로 버틴
패인데 흑 153 다음 양 3단은 좀처럼 착수를 하지 않는다. 무슨 뜻일까. 여기까지 와서 무얼 망설인단 말인가.
길고 지리하게 흘러가는 침묵의 시간은 여름 한기간 내내 이어지는 습하고 끈적끈적한 장마를 닮았다. 결국 29분34초
동안 고뇌하던 양 3단은 손을 좌하쪽 154로 돌린다.
왜 패를 결행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팻감이 없다는 것. 를 보라. 흑은 4로 물러서서
살자는 자체 팻감이 있다. 백이 끝까지 `잡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키려면 백 5 로 찔러야 하는데 흑이 패를 되따낸 다음
버텨볼 팻감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백 A면 흑 B로 끊는 강수가 있다. 축이 안되므로 백이 괴롭다.
또 흑은 우하쪽에 잡혀 있는 (흑돌안의 ○)를 움직이는 팻감공장도 있다. (흑돌안의 ○)넉점이 살아가면 백대마 전체가
위험하므로 백이 응수를 외면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백 154에는 긴 고뇌의 시간만큼 다양한 기대가 실려 있다. 흑대마 차단, 팻감마련, 하변 흑 공략 등. 서 9단은 신중하게
10분남짓 검토끝에 흑팻 155, 백 156을 선수활용해두고 157로 흑 대마를 안전하게 연결한다.
백 158, 160. 드디어 패를 결행. 흑 161 때 백 `가'로 즉시 잡으러가면 처럼 백이 괴롭다. 14분 38초. 양 3단의
마지막 장고가 깃든 백 162는 팻감 마련을 겸한 흑대마 공략의 첨병. `연결은 했지만 아직도 완생은 아니지 않느냐?'는
추궁이다. 숨막히는 순간을 지나 백 168의 팻감 활용 때 이번에는 서 9단이 침묵에 잠긴다.
그리고 흑 171로 패를 해소. `그쯤은 떼어줘도 남는다'는 확신이다. (167=151의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