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32)

기사입력 1996년 07월 14일 16시 02분


추월야접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리겠다는 악날한 살초.

"헉."

기겁을 하는 추월야접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궁도의 벽천무상검이 허공을 갈랐다.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주르르 밀려나는 염정선라 석부용. 그녀의 외눈이 크게 흔들렸다. 남궁도가 자신을 가로 막았다는데 대한 분노였다. 남궁도가 위엄어린 목청을 토한다.

"석소저는 진정하시오. 이 분은 불초를 방문한 손님이외다."

석부용은 냉랭하게 소리쳤다.

"황보백령이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보낸 심부름꾼이 아니오. 그녀 황보백령은 무림의 공적이니 의천대장은 심사숙고하여야 할것이요." "그러나 봉황제전을 강호인들과 함께 하기로 선포했지 않았소? 또한 봉황시를 중무련에게 넘겨주어 공정을 꾀하려는 것이니 재고의 여지가 없소." 단호한 어투의 벽천무상검 남궁도. 석부용은 끝내 물고 늘어진다.

"만일 남궁대협이 황보백령을 구하고자 한다면 중무련의 천도서생에게 승낙을 얻어야 합니다. 의천대장의 신분이란 중무련에서도 막중한 신분이기에." 오로지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영웅 남궁도. 그는 절대 대의(大義)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석소저의 의견이 옳은것 같소."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제 불안한 사람은 추월야접이다.

"대협은 일구이언(一口二言)을 하시려는 겁니까? 분명 도와주시겠노라고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남궁도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천도서생은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분은 일심부의 세력에 대해서 늘 경계를 하고 있으니 황보소저를 구하는 일을 기꺼이 허락하리라 판단됩니다." 염정선라 석부용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아니오. 일심부가 비록 신비의 문파라고는 하지만 아직 중원에 중대한 실수를 한 적은 없지 않았나요? 그러나 황금사원은 다릅니다. 그들은 반드시 무서운 음모를 지니고 있을 겁니다." 추월야접이 말했다.

"황금사원은 단지 몰락한 문파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에요."

석부용은 허리가 부러질 듯 웃었다.

"그런 소리는 기어 다니는 어린애들도 믿지 않는다."

추월야접의 차가운 동공이 면사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믿고 안믿는 건 자유다."

다시 둘 사이가 험악해지자 벽천무상검 남궁도가 불쑥 말을 꺼냈다.

"따라오시오."

천도서생 방일비가 머물고 있는 후원(後苑)으로 걸음을 옮기는 남궁도와 그 뒤를 따르는 추월야접. 염정선라 석부용은 그들의 뒷모습을 하나 뿐인 눈으로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훌쩍 중무련의 낙양지부 담장을 넘어섰다. 음흉한 소리가 새어 나온 것은 바로 그 바깥담장 아래였다. "넌 가지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