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양건 3단 ●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6년 07월 12일 15시 39분


## 본선 토너먼트 제4국 제10보 (125~149)=상대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력을 다해 공격을 퍼붓고 있으니 서 9단으로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는 일. `별 위험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기분으로.' 신중하게

11분43초를 숙고한 뒤 흑 127. 백 128은 상대의 진출로를 가로막으며 내몸의 안전을 꾀하는 공-수겸비의 행마. 공격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중앙 백은 거인 골리앗에게 달려드는 양치기 소년처럼 약하다. 죽음의 돌팔매질이 없다면 다윗의 영광도 이루어지지 않을 터. 흑 129, 131. `그냥 달아나기만 하지는 않겠다'며 이따금씩 반격의 칼을 휘두른다. 131은 선수다. 생각없이 백 137로 끊어 흑대마를 노렸다가는 오히려 흑 134, 백 132, 흑 133으로 백이 떨어진다. 흑 133, 백 134까지 활용해두고 다시 생각에 잠기는 서 9단. 외길이나 이 름없는 좁은 탈출로에서 흑 135에 9분, 또 145에 15분 46초나 소모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변 흑 `가'의 선수도 있고 흑 149로 빠져나와 앞길도 트여 흑대마는 별 위험이 없을 듯 한데…. 사실, 양 3단은 흑대마로부터 시선을 거둔지 오래다. 따가운 그의 눈길을 지금 좌상쪽 흑 일단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백 `나'의 치중이면 이 흑 일단은 어찌 되는가. 바둑단신. 류시훈 7단과 함께 한국인끼리의 본인방 타이틀전으로 일본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은 `여름의 사나이' 조치훈 9단이 쏘아올린 또 하나의 낭보. 8연패를 향해 순항중인 본인방, 그리고 올초 서열 1위 기성을 재탈환해 83년에 자신이 이룩했던 대삼관(大三冠:기성, 명인, 본인방) 석권을 가시권에 둔 조치훈은 그 마지막 표적인 명인전 본선리그에서 강호 요다 9단을 반집으로 따돌리고 6승 1패로 단독선두를 고수, 명인 도전의 9부능선에 올라섰다. 조 9단의 남은 상대는 린하이평 9단뿐인데 이기면 도전자 확정, 지더라도 플레이오프전 진출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기사생애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대삼관 석권은 일본 프로바둑계에서 오직 조치훈만이 이룩한 바 있는 대기록이다.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