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애욕의 소용둘이 (31)

기사입력 1996년 07월 12일 14시 46분


석부용. 그녀의 남아 있는 외눈이 섬뜩하게 다가들었다. "벽천무상검은 여전히 놀랍군요."

"석소저가 어인 일이오?"

염정선라 석부용은 남궁의 뒤편에서 머뭇 거리는 추월야접을 주시한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어요. 그녀는 누굽니까?"

남궁도는 언제나 그렇듯 의연하다.

"추월야접이오. 중원의 대신투."

"설마 남궁대협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잠입한 것은 아니겠죠?"

남궁도는 가볍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늘 푸르다. 이 새벽의 청결함 처럼 깨끗하고 상쾌하다. "중대한 정보를 가지고 오셨소."

석부용은 쉽게 믿기지 않는 얼굴이었다.

"추월야접은 본래 도둑질이 직업이거늘 쓸만한 정보가 있겠어요?"

그녀의 가시돋친 말투에 더 이상 참기가 곤란한 추월야접.

"무례한 분이군요. 남궁대협 같은 분이 알고 있다는게 의아스러울 정도로."

염정선라 석부용은 콧방귀를 뀌었다.

"추월야접이 중원인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황금사원의 주구로 전락되어 있다는걸 강호무림의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알고 있어요." 추월야접의 면사에서 신광이 폭사되었다.

"그중에 병신이 된 돌 이도 있으렷다."

석부용의 하나뿐인 눈이 무섭게 치떠졌다.

"그냥두지 않겠다."

그녀는 전신을 부르르 경련 하다가 사납게 쇄도해 들었다. 염정선라 석부용이 자랑하는 연검십이수의 정수(精髓)가 고스란히 펼쳐졌다. 남궁도가 놀라며 가로막을 사이도 없이 추월야접도 공격에 나섰다.

"사람을 업신여기다니…. 내 단단히 버릇을 고쳐주마."

추월야접의 소매가 펼쳐지자 그녀의 독문암기(獨門暗器) 야접(夜蝶)이 날갯짓을 팔랑이며 솟아 올랐다. 호랑나비의 암기는 석부용의 미간을 노리고 날았다. 매우 느리게 보였으나 실상 빠르고 정확 했으며 변화가 심했다. "훗-."

석부용은 당황해 하며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빙글빙글 몸을 회전하며 전력을 다해 연검을 휘둘렀다. 타타탕 하는 파공성과 함께 불꽃이 새파랗게 피어올랐다.

"죽일 년."

염정선라는 욕설을 퍼붓으며 연검을 난무(亂舞)하였다. 상대방을 반드시 육시(戮屍)하겠다는 의지의 공격. 추월야접은 즉시 방위를 밟으며 석부용의 연검을 무위로 돌리는 동시에 좌장을 연속적으로 뻗어냈다. 이번 초식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석부용은 크게 놀라며 물러났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추월야접이 호흡을 바꾸는 순간에 석부용의 칼날이 예상치 않은 방향에서 다시 폭사 되는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