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김도근]‘물만난 고기’
기사입력 1996년 07월 10일 15시 15분
## 공격형 MF로 이동…대우전서 2골 폭죽 전남 김도근(24)의 트레이드 마크는 모 스포츠용품회사의 CF에 나오는 에릭 칸토나처럼 옷깃을 바짝 치켜세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의 유니폼 깃은 어깨쪽으로 내려 있었다. 지난달초 허정무감독이 부임하면서 바뀐 김도근의 첫번째 변화였다. 허감독이 전남 사령탑으로 부임해서 가진 선수별 개인면담에서 김도근에게 해준 충고는 별게 아니었다. "넌 아마추어가 아니다. 너의 무한한 가능성을 썩히지 마라."
허감독의 말처럼 그의 재질은 무궁무진하다.
위치와 관계없이 날려대는 슈팅능력, 동료선수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정확하게 찔러주는 패싱력, 1m80의 적지않은 키에다 타고난 탄력에서 뿜어나오는 고공플레이. 거기다 평소 명랑한 천성으로 팀내에서 `개그맨'으로 통하지만 막상 그라운드에 나서면 사람이 완전히 바뀐다는 말을 들을 만큼 승부근성이 대단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도근은 타고난 재질을 맘껏 펼칠 수가 없었다.
발목부상에서 어렵사리 회복, 지난해 후반기부터 그라운드에 나서긴 했지만 `스토퍼'라는 적성에 맞지 않는 포지션 때문에 하프라인도 제대로 넘어설 수 없었던 것. 그러나 허감독을 만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순발력이 뛰어난 김도근을 노장 게임메이커인 와 짝을 이뤄 공격형 MF로 이동배치시켰고 이같은 전술의 변화는 지난 6일 부산 대우와의 경기서 김이 2골을 터뜨리는 결실을 보았다. 더욱이 골잡이 노상래에게만 집중됐던 상대팀의 마크를 분산시킬 수 있게돼 최악의 득점력으로 고심하던 허감독을 안도시키고 있다. 김도근은 아직 경험이 모자라 경기를 읽는 시야가 좁고 몸싸움에서 다소 밀리는게 옥에 티. "아직도 허점 투성이입니다. 많은 훈련으로 약점들을 보완하겠습니다."
92년 약관의 나이에 바르셀로나올림픽 대표팀 최연소선수로 뽑힐 만큼 일찍 개화(開花)했던 그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