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팀 로빈스감독 '데드맨 워킹'
기사입력 1996년 07월 10일 15시 10분
**사형수-수녀 절제된 내면연기 볼만 **수잔 서랜든 아카데미 여우주연 수상작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사형수의 모습은 영화속에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나는 살고 싶다'의 수잔 헤이워드, `암흑가의 두사람'의 알랭 들롱, `마틴 기어의 귀향'의 제라르 데파르뒤에, 가깝게는 `브레이브 하트'의 멜 깁슨에 이르기까지.
죽음을 눈앞에 둔 사형수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구원을 바라는 절박함, 때로는 모든 것을 초탈한 표정 등이 복잡미묘하게 나타난다.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에 등장하는 사형수 폰스렛(숀 펜)도 여느 사형수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폰스렛의 경우는 마땅히 죽어야 할 잔인한 살인범으로 동정이나 연민을 자아낼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여타의 사형수들과 차별된다.
데이트하는 커플을 덮쳐 남자를 죽이고 여자를 강간한 후, 잔인하게 살해. 설상가상으로 살인죄로 기소돼 재판진행중에도 나치를 신봉한다며 떠들고, 흑인이라면 발가락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인종차별론자. 도대체 뉘우치는 기색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가 없는 쓰레기같은 인간.
당연히 사형선고를 받은 폰스렛. 영화는 폰스렛으로부터 수감생활의 외로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받은 헬렌수녀(수잔 서랜든)가 폰스렛을 면회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가난때문에 변호사를 구하지 못해 주범은 사형을 면하고 자신만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폰스렛의 하소연에 헬렌수녀는 사형만은 면하게 해볼 요량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폰스렛의 사형집행일이 결정된 후, 헬렌수녀는 폰스렛의 요청으로 사형장까지 함께 하는 영적안내자가 되기로 한다.
후반부의 약 30분간은 사형집행시간까지의 리얼타임으로 펼쳐지면서 관객을 사형집행의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와 그의 영혼을 구원하려는 수녀. 들릴듯 말듯 작은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는 수녀, 발악하듯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사형수.
얼핏 뻔한 결말같지만 용케도 감독(팀 로빈스)은 연민을 절제시킨다. 사형수에게 동정도, 그렇다고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위로를 주지도 않는다.
심지어는 치명적인 독극물로 폰스렛이 사형집행되는 순간, 끔찍한 폰스렛의 살인현장을 번갈아 교차시켜 보여주면서 극도의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
두 가지의 죽음. 살인과 살인자에 대한 사형.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팀 로빈스는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관객에게 던진다.
아내 수잔 서랜든을 헬렌수녀로, 마돈나의 전남편 숀 펜을 사형수로 캐스팅한 팀 로빈스의 안목은 탁월하다. 수잔 서랜든에게 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숀 펜에게 남우주연상이 주어진 것 역시 당연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