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35)
기사입력 1996년 07월 10일 14시 47분
#### 서머타임 (12) ####. 서울에 돌아온 후 원장과 대판 말싸움을 했다. 오랜만에 맞은 휴가를그런식으로 망쳐주셔서 감사하다고. 원장은 무척 미안해 했다. 이 발상자체는 신경외과 과장이었는데 두 사람은 나름대로 준을 생각해서 짜낸 프로그램이었다고 극구 사과했다. 우리들의 인생은 진짜 내일을 모른다. 그는 특히 병원생활을 하며 수도없이 실려오는 교통사고 환자들을 보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실감했다.설마 나일까?. 난 그렇게 가진 않을 것이다. 나는 절대 암에 걸리지 않는다. 뇌졸증이나 당뇨가 나랑 무슨 상관있는가.
휠체어는 내 인생과 관계없다 등등. 그러나 내일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 자동차 사고는 극히 일부분의 사고일 뿐이다. 백화점이 무너졌는데 다른 어떤 것이 안 무너질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가. 인생은 어떤 상황에 몰려 어떤 사고를 당할지 카드를 다 까보지 않고는큰 소리쳐선 안된다. 선배의사 중에 술, 담배 끊고 건강해 지겠다고 다짐하던 양반이 다음날 교통사고로 죽은 것을 본 적이 있다. 똑같은 이치로, 우리는 사랑의 내일을 확신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어떤 상대를 만나 결합하게 될지 또는 헤어지게 될지... 준은 그 술집을 찾아갔다.
꽤 잘 꾸며진 카페다. 원장이 가르쳐준마담이라는 여자를 만났다. 여자가 원장에게 유미가 적격이라며 추천했다고 한다. "불러줘요, 빨리. 난 사과를 하려고 왔으니까" "안나와. 정말이에요. 오히려 내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고 싶어요.혹시 그애한테 여기 나가지 말라고 그런거 아니에요" "무슨 쓰잘데기 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 내 마음 상하게 한걸 생각하면 한방 까주고 싶구만". 그가 신경질적으로 나가자 마담은 조용해진다. "하여튼 유미 그애 안나와요.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괌에 갔다오고 나서 소식이 뚝 끊겼어요. 같이 사는 애 집에서도 짐싸가지고 바로 나갔대요. 나도 손해가 막심해요.
괜히 박원장님 말듣고 연극에 말려 들었다가...". 마담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여자 역시 가장 잘 나가는 애를 잃었다고 한숨을 푹푹 쉴 정도다. 그 술집에서 간신히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장유미의 부모가 사는 주민등록증 주소였다. 였다. 일요일날 그는 수원으로 차를 몰았다. 차안에서 몇번이나 마음을 진정하고 할말을 정리해봤다. "무조건 잘못 했습니다. 남자답지 못하게 그런식으로 떠나온 건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단 내 사과를 받아주십시오". 괌의 호텔에서 그 다음날 뛰쳐나오듯 바로 나와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돌아왔었다. 그녀를 무시한 채 그대로 한마디 말도없이... "이제 우리 다시 시작했으면 합니다. 내가 화를 낸 건 내가 속았다는사실이었지 결코 장유미씨가 술집에서 일한다는 것 때문은 아닙니다". 이런 첫대사를 몇번이나 입속으로 연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