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여행기]
기사입력 1996년 07월 09일 16시 11분
국내 대표적인 급류학교인 송강카누학교 정미경(33) 총무의 최근 급류여행기를 싣는다. 정 총무는 재학시절 급류카약에 입문한뒤 10년 이상 국내외
급류를 누벼왔다.
○…오늘은 2박3일짜리 급류여행. 어른과 꼬마들이 합세해 20명이 모였다.요즘은 가족 단위 래프팅객이 크게 늘었다. 간혹 외국인도 섞인다. 이날은석달간 한국여행중이라는 미국인이 끼었다. 급류여행에는 보통 카약과 래프트가 함께 떠난다. 첫날밤은 내린천 래프팅코스의 끝자락인 인제군 고사리 쉼터의 민박집에 묵기로 했다. 둘째날은 알프스 콘도예약을 해놓았다. 서울서 내린천까지는 차로 3시간 안팎.## 2가족 1팀 합동 노젓기 교육@@ 급류통과때 짜릿한 스릴묘미○…가족 래프트는 2가족이 1팀이다. 출발전에는 반드시 구명조끼과 헬멧을착용한뒤 합동 노젓기 등 기본교육을 받는다. 이때쯤이면 꼬마들은 한바탕 물싸움을 벌인다. 엄마 아빠들도 자연스럽게 가세. 긴장을 풀어주고 몸도 풀어주기에 말리지는 않는다. 내린천 첫번째 급류는 얌전한 샌님형이다. 그러나 난생처음 맞이하는 급류앞에 모두들 입만 쩌억-. 앞쪽에 걸터앉은 아빠들이 아이들보다 더 놀라 노젓기를 멈춘다. 입과 눈만 크게 벌린채. "노를 저어요, 노를 저어." 두번째 급류를 통과할 때는 "악-"하는 괴성이 증폭한다. 이젠 막연한 공포심에서 벗어나 급류의 짜릿한 재미를 만끽하려는 것이다.○…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에 풍덩 뛰어들어가 수영하거나 노래부르는 재미는별유천지비인간. 그러나 수영장 수영에만 익숙한 꼬마들은 처음엔 강에빠지기가 무서운듯 엄마뒤로 숨는다. 그러나 이내 구명조끼의 위력을 실감한듯, "헤헤헤-." 강위에 둥둥 뜨는걸 확인하고나면 거꾸로 나오려 하질 않는다. 아빠들이 꼬마들을 보트위로 잡아올리기에 바쁘다. 내린천 하류 중간쯤 지나면 가장 멋지고 큰 급류가 나오는데 상당수 보트밖으로 튕겨져 나간다. 겁을 먹고 노를 안젓기 때문. 앞서 구명조끼 수영은 이에 대비한 연습이다. 아찔하지만 100% 안전하다. 나는 카약을 먼저 타고 내려가 또 사진을 찍어준다. 마치 천국에 갔다왔다는 듯 기절초풍의 모습들. 진짜 환상적이다. ○…종점에 도착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트전쟁이 벌어진다. 아이들은 계속 물을 푸고, 엄마 아빠들이 상대편 보트를 뒤집으려고 앞을 다퉈 진격한다. 사방이 다 적이다. 결국 모두가 전멸. 이순간 만큼은 어른, 아이의 구분이 없다. 플라스틱 물통으로 가족간 송사리 잡기대회도 벌어진다. ○…급류를 마친후의 저녁은 지상최고의 만찬. 고사리 쉼터의 민박에서 먹는 표고버섯 된장찌개백반은 토속 별미중의 별미. 표고를 잘게 썰어 넣은뒤 토종된장과 두부를 송송 넣은 찌개와 온갖 산나물이 입맛을 깔끔하게 돋운다. 피자맛에 길들여진 꼬마들이 토종 닭도리 매운탕의 바닥을 비울 정도. 도시의 점심 한끼수준로 포식한다. 꿀맛나는 인삼막걸리는 엄마들이 아빠들보다 먼저 잔을 비운다. < 정미경·송강카누학교총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