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쓰는 ML메시지]
기사입력 1996년 07월 09일 14시 50분
**마의 '쿠어스 필드' 두번 실패는 없다. 최근 우리 팀은 2주 연속으로 주말 콜로라도 로키스와 4연전씩 8게임을 치렀다. 로키스의 홈 구장인 의 쿠어스 필드에 가서 투수진은 온갖 수모를 다 당했다. 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진을 자랑하던 는 지난달 28일부터 쿠어스 필드에서 벌어진 4연전에서 모두 52점을 빼앗겼다. 게임당 13점을 빼앗겼으니 최고 투수진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나 역시 홈런 2방을 얻어맞고 1.1이닝에서 5점이나 빼앗기고 말았다.
그런데 `쿠어스 필드'라는 곳이 투수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곳이다.
로키스 타선이 워낙 매섭기도 하지만 홈 구장에서는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 들이다. 로키스는 올시즌 쿠어스 필드에서 팀 타율 3할4푼8리에 79개의 홈런을 때려 냈다. 적지 경기에서는 2할6푼6리에 35개의 홈런을 때렸으니 `쿠어스 필드'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대로 증명된다. 그러나 홈구장이 마의 구장이기는 로키스 투수진에게도 마찬가지다.
원래 투수진이 허약하기는 하지만 홈 구장에서 팀 방어율은 6.56이고, 적지에서는 5.24이다. 그래도 홈 경기에서 27승15패로 막강한 것은 게임당 거의 9점에 가까운 득점을 뽑으므로 6점이 넘는 방어율도 상관이 없다. 나는 이번에 처음 쿠어스 필드를 방문했는데 첫날 선수들이 타격 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소문으로만 듣던 그 구장의 공포(?)를 실감했다. 웬만한 외야수 플라이로 보이는 공은 멈출 줄 모르고 날아가 연신 담장을 탈출하는 것이었다. 내가 엘리스 버크스에게 맞은 홈런도 중견수 홀란즈워스는 당연히 잡을 줄 알고 계속 따라가다가 담장에 막혀 버렸고, 공은 관중석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라는 도시가 해발 1천6백 높이에 자리잡았으니 한라산 보다 약간 낮은 곳이다. 공기의 저항이 적어 공이 한없이 날아가며, 공기 저항이 필요한 커브나 너클볼 등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진들에게는 더욱 끔찍한 곳이다. 는 너클볼 투수 캔디오티의 등판 순서를 로키스전을 피해 앞당겼을 정도였다. 나는 골프를 못 치지만 평지에서 7번 아이언 거리라면 9번을 쳐도 충분히 날아간다고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들었다. 그러나 15점을 뽑고도 우리 팀이 패했던 로키스는 평지인 우리 구장에 와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우리는 9대4, 8대1 등 로키스를 2득점대로 묶고 3연승, 내셔널리그 서부조 선두를 고수했다. 로키스 팀은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것이 아니라 도깨비 구장을 가진 것이다.
9월달에 쿠어스 필드를 다시 가게되니 그 때는 본때를 보여줘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