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치과오면 생각나는 사람
기사입력 1996년 07월 09일 14시 29분
나이가 열다섯 이하인 아이들은 이 텔레비전프로그램을 기억 못 하시리라. 15년 이전에 `환타지 아일랜드(환상의 섬)'라는 것이 있었다. 난쟁이 타투가 관광객을 안내하는데 사람들은 돈을 내고 과거의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엔 내가 오래전에 다녔던 초등학교 교실이 있고 첫사랑의 그녀를 만났던 물레방아간도 있으며 생사를 넘나들던 전쟁터의 움막같은 초소도 있다. (관광객이 이 섬에 오기 전에 미리 주문을 하면 만들어 둔다.) 사람들을 뿅가게 하는 것은 그때 그 사람이 같은 옷을 입고 있는가 하면 냄새와 음악, 심지어 음식도(6.25주먹밥같은)똑같은 것이다. 당시 그 프로를 보면서 필자는 더욱 생각을 발전시켰다.
못가보는 땅 이북의 거리를 만들면 실향민들이 올 것이고 못 오를 자리인 사장실을 만들면 말단들이 앉아 보려할 것이고 어전과 용상을 만들어두면 대권주자들이 미리와서 둘러 볼 것이 아니겠느냐는 아이디어가 팍팍 떠 올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누군가 돈을 대면 내가 머리를 합치고 해서 그런 `환타지아 아일랜드'를 만들 수도 있을 텐데…. 추억은 소중하고 아름답고 그래서 날이 가면 갈수록 그리운 것이다.
여의도에서 개업 중인 K모 치과의사에게서 들은 이야기.
그 치과에 한 아가씨가 가끔씩 나타나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가곤 하더란다.
`치통이 심하긴 하지만 뽑히는 더 큰 고통을 생각해서 그저 울고만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가씨의 분위기가 그게 아니었다지. 해서 박사는 물으셨단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게요? 얘길해 봐요."
아가씨의 대답 "이 곳에 오면 첫사랑이 떠오릅니다."
"흐음….상가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 이 곳에 카페가 있었다던데 거기서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난거군요!" "아닙니다. 선생님을 뵈면 그 사람이 생각나요"
"하하! 나랑 이름이 같았나요, 얼굴이 비슷했나요? 아님 목소리가 흡사했나요?"
"말하시는 내용이 똑 같았어요. …자, 크게 벌려. 오옳치! 첨엔 조금 아프지만 견딜만할 거야. 그러니 걱정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