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 양건 3단 ● 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6년 07월 08일 15시 56분
## 본선 토너먼트 제4국 제 6 보 (60~82)=백 60으로 공격자세를 취할 때 서9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우변으로 손을 돌려 흑 61로 밀어올린다. 하긴 실리에 밝은 서9단이 아니더라도 65까지 끊어먹는 자체로 두텁고 우변을 자연스럽게 흑의 집으로 만드는 이런 곳을 그대로 내버려둘 프로는 없다. 약한 돌을 보강하라고 짐짓, 위협자세를 취했는데도 소 닭보듯 훌쩍, 손을 돌려 우변 백 한점을 끊어먹다니. 양3단은 심기가 편치않다. 5분쯤 숙고하다가 백 66으로 흑 석점의 앞길을 턱 가로막는다. 그러나 서봉수가 누군가. 비록 슬럼프에 빠져 정상에서 밀려내려오기는 했지만 이창호가 출현하기 전까지 국내 바둑천하를 휩쓴 폭풍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던 타개와 수습의 명인이 바로 그다. 침착하게 이리저리 몸을 틀어 흑 75까지 중앙으로 빠져나간다. 백 74까지 공배와 같은 중앙에 콘크리트 벽을 쌓은 것이나, 다시 13분을 투자해 76으로 우변을 건드리는 것은 모두 중앙 흑 일단의 공격을 염두에 둔 행동인데, 서9단은 18분을 소비, 향후 사태의 추이를 가늠한다. 첫번째 장고로 기록된 77. 백 80은 정수이다. 의 백 1 이하로 반발하는 수는 없다. 백 3,5로 빵때림을 주고 차단해봐야 흑 4,6으로 살아서 그만. 그렇다고 의 백 1로 몰아가는 것은 흑 2,4로 돌려쳐 알기 쉽게
망한다.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