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쓰는 나고야통신]
기사입력 1996년 07월 05일 16시 59분
##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혼욕 문화' 7월, 폭염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지금은 일본도 장마철이 끝나지 않아 견딜만 하지만 집이 있는 나고야의 경우 한여름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웃돈다고 들었다. 더욱이 습기가 많아 끈적끈적한, 말 그대로의 `찜통 더위'란다.
이럴때 생각나는 것이 바로 사우나다.
땀을 죽 빼고 냉-온탕을 번갈아 드나들면 피로도 풀리고 기분도 개운해 생기가 돈다. 화산섬인 일본은 온천이 많아 온천욕이 성행하지만 사우나는 생활화가 돼있지 않은 편이다. 나고야의 선수단 숙소와 의 원정숙소인 다케조노 호텔에는 사우나가 있지만 다른 곳에는 없는 데가 많아 이용할 기회가 적었다. 그러나 일본 사우나는 우리와 달라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남자 사우나에 여자들이 많아 놀랐다.
책에서도 읽고 말로는 전해 들었지만 벌거벗은 남자들 틈에 스스럼없이 일하는 아줌마들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 당황해하면 외국사람이라는 표시라고 하기에 태연하게 있었는데 그래도 무척 어색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아줌마 때밀이다. 어떻게 밀까 궁금했는데 앉아 있으면 상반신만 밀어주는 거란다. 일단 안심인데 이리저리 돌려 앉히며 열심히 밀어준다.
때수건이 정확히 허리까지만 왔다갔다 하고 머리도 감겨준다.
샴푸와 린스를 사용해 3번씩이나 감겨주는데 손가락으로 박박 감긴다.
머리카락이 부족한(?) 한사람은 너무 세게 감기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아까워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참았다고 말해 배꼽을 잡았다. 그리고 나서는 보디 샴푸로 닦아주고, 마지막으로 소금으로 닦아준다.
한국에서는 소금이 사우나 입실때 금지 품목이지만 일본은 소금 사우나가 많다.
소금을 바른 후 땀을 흘리고 나와 샤워를 하면 피부가 매끈매끈하다.
또 남자 사우나는 축소판 호텔이다.
TV와 180도 젖혀지는 푹신한 의자가 있는 휴게실은 물론, 식당과 1인용 침대인 캡슐이 있다. 비즈니스맨들은 출장을 가면 사우나에서 목욕하고 캡슐에서 자며 세탁과 식사까지 해결한다고 한다. 그런데 듣는 말로는 여자 사우나에도 여자들이 목욕을 하고 있는데 남자 직원들이 들어온단다. 여기서 비명을 지르면 일본인이 아니라고 금방 알 수 있다.
남녀칠세 부동석은 물론, 결혼했어도 부부유별이라 기거하는 곳이 달랐던 우리나라의 어른들이면 개탄했을 일이지만 예로부터 남녀혼욕이 당연시됐던 일본은 그게 아니다. 현대에 들어 남녀혼욕은 금했다는데 그래도 신체를 남에게 보이는 일이 부끄럽지 않다는 의식은 여전히 남아있나 보다. < 5일 오전 의 원정숙소에서 사우나를 마치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