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31)
기사입력 1996년 07월 05일 16시 08분
@@@@ 서머 타임 (8)
@@@@. 스쿠버 다이빙을 못해도 바닷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잠수함을 타는 것이다. 핵미사일을 장착한 군사 잠수함이 아니다. 양쪽 벽이모두 특수 유리창으로 된 관광용 잠수함. "좋은 세상이에요. 옛날 사람들도 잠수부랑 해녀들 빼놓고는 바닷속에이런 세계가 있었는 줄 꿈도 못 꾸었을 것 아니에요". 그녀는 황홀하게 드러나는 블루의 세계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햇빛을부드럽게 먹으며 따뜻한 빛을 발하는 물속엔 형형색색의 고기떼들이 원색의 대행진을 해댄다. 생선가게나 횟집에서나 구경하는 물고기들이 산호초 사이사이에서 예리하게 움직이는 풍경은 신선한 감동이 넘친다. "저것 봐요" 그녀가 깔깔깔 어린애처럼 웃으며 잠수함 반대편 유리창을 가리킨다. "우하하하" 그 역시 기분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굿 일쎄!". 생선떼들을 몰고 다니는 스쿠버 다이버의 조크는 히트작이다. 잠수함에서 고용한 그들은 잠수함 내의 사람들이 한껏 즐거울 수 있도록 묘기를부려댄다. 산소통에서 흡인하여 꼬록꼬록 내뿜는 물방울은 마치 담배연기로 만든도넛 모양으로 둥글게 동글게 피어 올랐다. 영락없는 천국의 모습이었다. 머리 위에 도넛 모양도 그렇거니와 산소통이 마치 날개처럼 접혀보여,잠수함 속의 사람들은 바닷속의 비경과 스쿠버 다이버의 연기에 박수를 쳐댔다. 한편으로 그는, 그녀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보며 시선을 좇았다. "무서워요, 저기 저 숲속의 바다는...". 빛이 들어가지 않는 그곳엔 해초더미가 무성하게 숲도 이루고 있었다.숲속의 바다. 정확하게 말하면 바다의 숲속이지만 그녀 말대로 해저로부터 으스스한 공포가 새어 나왔다.
대자연의 변덕스러움을 머금은 그런어두컴컴한 해저다. "자연이란 건 참으로 대단한 골동품이에요". 흠. 그런가 골동품, 그렇게 보면 그렇지.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다고 한게 벌써 몇백년 전이니까. "유미씨 말대로 하면 지구 자체가 골동품인데요.
얼마쯤 나갈까요?골동품 가격으로 치면?". "나보단 안 비싼 것 같은 데요.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잘난 체 하고 있죠 나?". "아닙니다.
인간의 솔직한 심정이죠, 그게. 자기 생명이 세상에서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잘난 체 하는 겁니까?". "어머, 농담 한건데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받아치면 어떡해요". 그녀가 깔깔 웃으며 주먹으로 가볍게 어깨를 때렸다. 그녀와의 첫 번째의 몸 접촉이었다. 더 좀 때려주었으면... 잠수함에서 나와 그들은 자전거를 빌려타고 섬의 높은 언덕에 섰다. 황혼의 바닷가, 태양이 하늘과 바다라는 거대한 캠퍼스에 거침없이 오렌지빛채색을 휘뿌려대고 있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