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 (25)
기사입력 1996년 07월 05일 16시 07분
쉬이익! 파공성은 강하면서도 예리했다. 이소야는 이미 가문의 보법(步法)을 머릿속에 그리며 움직였다. 반사적인 행동은 생각보다도 빠르다. 이소야는 무서운 살기가 자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스슥 하는 음향과 함께 이소야가 앉아있던 바로 뒤편, 대나무 수 그루의 어리어림이 베어져 나뒹굴었다. 암습은 추호의 허점도 없이 빠르고 정확했다.
"흥."
이소야는 콧방귀를 날리며 역습을 시도한다. 암습자는 이미 예측 하고 있었다는 듯이 몸을 뒤집었다. 회의복면인.
이소야의 빠른 몸놀림을 의식한 듯 그는 등룡비월(騰龍飛月)의 경공술을 발휘하며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절정고수만이 보일 수 있는 몸놀림이었다.
이소야도 지면을 박찼다. 그의 신형은 유성(流星)처럼 빠르다. 회의복면인은 이소야가 추적하자 더욱 절륜한 신법을 전개했다. `아비라왕녀의 경호인이 분명하다. 살혼령이라 했던가? 그는 무슨 이유로 내게 살수를 전개 했는가?' 이소야의 뇌리에 다시금 강문호의 살벌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도 허리에 쑤셔 박혔던 열 손가락의 공포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회의복면인과 그를 추격하는 이소야의 모습이 순식간에 장내에서 사라져 갔다. 그러자 처마밑에서 한 인형이 귀신 처럼 땅바닥에 내려섰다. 회색동공의 장본인, 바로 강문호였다.
그렇다면 이소야를 공격했던 회색복면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소야는 전력을 다하여 경공술을 전개 했지만 상대를 추월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복면인의 내공은 심후 하였다. `어쩌면 실혼령은 내 짐작 보다도 더 무서운 공력의 소유자 일는지도 모른다.' 이윽고 회의복면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곳은 더 이상 전진이 불가능한 벼랑의 어느 분지였다. 이소야가 빈정거리듯 말을 꺼냈다. "이제 달아날 길이 막혔으니 우리는 서로 통성명을 할 수 있겠구려."
회의복면인은 싸늘했다.
"너의 말이 옳다."
이소야는 회의복면인이 다짜고짜 함부로 말을 하자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