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의 미국야구] 다저스팬들의 야구사랑
기사입력 1996년 07월 04일 16시 57분
기자실에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문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흰 셔츠에 의 상징인 블루, 청색 바지를 입은 두 사람의 이름은 로버트 알렌과 알란 나메이. 이들은 입구에서 기자들의 출입을 관리하고 각종 경기 자료를 모아 로열 박스에 갔다주고 그 밖에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직원들이다. 46살의 로버트는 25년째 에서 일하고 있고, 39살의 알란 역시 올해로 18년째 에서 몸을 담고 있는 베터랑들이다. 이들은 물론 직업을 갖고 있다. 로버트는 건물 관리인이고, 알란은 건축가이다. 그러나 이들은 야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직장의 일정까지 경기 스케줄에 맞출 정도다. 로버트는 아침 7시에 직장으로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일한뒤 구장으로 향한다. 아침 6시에 사무실에 나가는 알란 역시 오후 3~4시면 어김없이 기자실에 모습을 나타낸다. 정규 시즌 홈 경기가 81일, 시범경기로 에인절스와 1,2게임 치르고 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추가로 몇 경기, 그리고 1년에 한두번 연주회 등이 이들이 에서 일하는 날의 전부다. 수입을 생각한다면 아무리봐도 도움이 되지 않을텐데 이들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를 사랑하기 때문에 일을 자청해서 한다"고 말한다. 알란은 태어나서부터 의 팬이다. 출생의 알란은 5살때 아버지를 따라 구장을 왔다가 파울볼을 잡았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34년전 포수인 톰 헐러가 친 파울볼이 자신의 무릎 위로 떨어지는 바람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볼을 수중에 넣은 것.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단다. 로버트는 다저 스타디움에서의 특별한 기억보다는 야구 경기가 가져다주는 매력을 떨쳐버리기 힘들단다. "야구를 통한 여러 문화의 융화와 전달은 마치 요술과 같다"고 말하는 로버트는 멕시코의 페르난도 발레수엘라, 일본의 노모 히데오, 그리고 한국의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야구야말로 전인류를 한데 모으는데 가장 좋은 경기"라고 말한다. 웬만한 기자들이나 구단 관계자들 조차도 이들의 야구 상식에 깜짝 놀라게 된다. 특히 맡은 일에 대한 성실한 자세, 그리고 에 대한 사랑은 누구도 쫓아가지 못할 정도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야구 팬들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