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천] '그래! 다시 시작하자'

기사입력 1996년 07월 04일 15시 57분


**최근 무안타 쇼크…오기 스윙 밤새워 초침이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간 4일 대구수성호텔. 한화 강석천(29)은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방을 함께 쓰는 포수 조경택은 피로에 쓰러진지 근 1시간이나 됐다. 그러나 그는 괴로워했다. TV의 비디오 채널에서 흘러 나오는 너브러진 언어에 묻히지 않았으면 그의 괴성은 고요한 밤을 깨고야 말았을 것이다. 모두가 잠든 밤. 마침 가을바람처럼 선선했던 대구의 밤을 뜬 눈으로 지샌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하나였다. "억울해서요." 3일 삼성전. 2-3으로 뒤진 5회초 1사 만루. 한방이면 전세를 뒤집는 순간에 배트 한번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 4타수 무안타. 2일 삼성전도 3타수 무안타. 5번타자로서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것이다. 경기가 끝난 심야에 호텔 공터에서 1시간이나 스윙을 해대도 속은 풀리지 않았다. 잘 해야겠다는 다짐도 잠깐. 도저히 자신을 용서할 수 가 없었다. 주먹으로 애꿎은 침대를 탓하기를 몇시간인줄도 모른다. 산자락에 위치한 호텔로 `야호' 소리가 어딘가로 비집고 들어왔다. 올시즌 타율 2할7푼5리. 그러나 최근에는 안타를 친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부지런한 등산객의 산을 부르는 소리에 맞춰 그도 일어섰다. "다시 시작하는거야." 어제의 일은 모두 잊고 새출발을 다짐한 강석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