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30)
기사입력 1996년 07월 04일 15시 22분
//// 서머 타임(7) ////. "죽이는군요, 군대 갔다왔습니까?". "옛날 은행 털 때 좀 쏴보고는 오래 됐어요. 후후...". 그녀는 우아한 웃음을 날렸다.
그렇게 웃는 그녀는 건강이 넘치고장난기가 가득한 야성적 매력이 있다. "영화에서 본대로 쏘는 거예요! 보셨죠? 나도 숏커트를 할까봐요". 그녀는 우쭐대며 풍성한 머리채를 출렁댔다. 곧이어 두 사람은 M16과 카빈을 자동으로 갈겨댔다. 1인당 1백20달러인 이 야외풀코스사격은 총이란 총을 마음껏 다 쏴보게 되어 있다. 일본주인은 아까 카운터에서 더 쏘고 싶으면 얼마든지 더 쏴도 좋다며 서비스총탄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M16을 자동으로 놓고 드르르르륵 갈겨대는 기분은 그야말로 흥분 그자체였다.
쉴새없이 캉캉캉 카앙 짖어대고 탄피를 퉁퉁퉁퉁 뱉어내고총의 반동으로 온 몸이 움찔움찔거린다. 옛날 군대 기초훈련 때 사선에 엎드려 교관의 엄한 지시를 받아가며한발 한발 쏠 때와는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M16 두 탄창을 정신없이 갈겨대고 나니 왠지 모르게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그동안 병원일로 받던 스트레스 찌꺼기가 머릿 속에 꽉 차 있다가 진공청소기에 빨려 말끔해지는 그런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금발 청년은 서비스 코스라며 서브머신 건을 건넨다. 영화 대부에서 보면 한방 맞을 때 사람이 뒤로 뻥 날아가는 무식한 위력의그 산탄총이다. 그녀가 쏘고 싶다고 했지만 청년은 말렸다. 위험하다고. 그러나 묵직한 총신을 넘겨받은 그는 숨을 한번 꿀꺽 삼킨 후 방아쇠를 당겼다.쿠쾅! 마치 폭탄처럼 굉음이 터지자 표적판은 수없이 구멍이 뻥뻥뻥나며 걸레가 되었다. 박력과 스케일에서 M16과는 비교가 안된다.
개머리판에 철썩 밀려몸이 뒤로 한껏 짖혀지고 귀가 멍멍하다. 금발청년이 총을 받은 후 자기가 직접 다시 장전해선 또 다시 자세를취했다.
그는 또 다시 쿠쾅! 무식한 산탄총을 표적판에 갈겼다. 이번엔 아예 표적판이 폭풍에 날리듯 자취도 없어졌다. 철컥, 쿠앙! 철컥, 쾅! 그렇게 5발의 서브 머신 건을 쏴 대고 나니머릿속은 정통으로 천둥에 맞은 듯 얼이빠진다. 정말 한없이 쏴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몸이 가벼워 지는 걸 느꼈다. `클리닉이 따로 없군.
병원만 클리닉이라 할 게 아니라 이런 곳도건강클리닉이야. 굿이야!'. 사격장을 나오며 그녀에게 다음 코스는 어디가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야 물론 바닷속이죠!". 이크! 속으로 찔끔했다.
스쿠버 다이빙은 커녕 헤엄도 잘 못친다.뭐 한번 깊은 바다에 뛰어들어 평생동안 잠수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그의 곤란한 얼굴표정을 보며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상어가 물면 나도 같이 깨물면 되는거예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