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성의 일본야구] 나가시마와 이치로
기사입력 1996년 07월 03일 17시 29분
일본 에는 전설과 현재가 공존한다. 나가시마와 이치로라는 두 이름 때문이다.
최고 인기팀 거인의 감독인 나가시마 시게오(長島茂雄.60)는 전설이요, 최고 인기선수 오릭스의 이치로(본명 스즈키 이치로.23)는 현실이다.
나가시마의 인기는 지금도 대단하다.
젊은 팬들이야 얘기로 듣고, TV에서 옛 경기 장면만 볼 뿐이겠지만 올드팬들은 그를 여전히 `미스터 베이스볼'이라고 부른다.
언론에서도 언제나 거인의 나가시마가 아닌 나가시마의 거인이다.
다이에 감독인 오(왕정치)나 재일동포 야구인 장 훈씨와 함께 65년부터 73년까지 거인의 9연패를 이끌었지만 일본 국민들은 일본야구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측면에서 그를 더욱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장남 나가시마 가즈시게(長島一茂.30)도 거인군의 일원이지만 기량은 아버지에 못미쳐 주로 2군에 있다.
그런 가즈시게가 어쩌다 1군 경기에 출전하면 거인군의 간판인 마쓰이나 오치아이 보다도 관중들의 환호가 더 크다.
게다가 2군 선수가 센트럴리그 올스타투표 3루수 부문에서 작년 홈런-타점왕인 의 에토에 이어 당당 2위인 것도 그가 나가시마이기 때문이다.
일본야구에서 `현재의 모든 것'은 이치로다.
스포츠신문과 TV의 뉴스에는 날마다 그의 성적이 따로 보도되고, 4연타석 삼진을 당한 날이면 이변이라고 떠들썩하다.
그의 등신대 포스터가 매진 사태를 빚고, 그를 주제로 한 테마곡 `온 에어'가 실린 CD가 전국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자동차를 비롯해 비시즌에 찍은 광고가 TV 화면을 장식한다.
올해 연봉이 2억엔(약 15억원)인데 광고수입만 6억엔(45억원)으로 추정된다니 걸어다니는 광고판이요, 황금인간처럼 보인다.
일본 사람들은 한 스타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광적으로 매달리는 것이 특성이기는 하지만 전설의 나가시마와 현실의 이치로는 일본 국민을 야구라는 열광의 도가니로 끌어들여 한데 동화시키는 촉매다.
우리에게도 에 과거의 추억, 현재의 흥분, 미래의 꿈이 함께 녹아있는 그런 때가 올 것을 그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