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23)

기사입력 1996년 07월 03일 14시 38분


**"봉황곡에 대해 아시나요?" 무현왕자의 등장은 아비라 왕녀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방문객인 것이다. 무현왕자는 동방왕가의 뿌리답게 기품을 잃지 않고 예를 취했다.

"왕녀의 자비심에 우선 감읍하옵니다. 동방왕가의 전통을 수호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심에 어찌 그 은공을 사사로이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아비라는 즉시 깨닫는다. 제왕의 도가 왕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끝까지 가로 막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상대가 감격하고 있다는 걸.

"그것은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었습니다."

아비라의 시선이 다시 목엽에게로 옮겨졌다. 이소야에게 동조를 구하려는 눈빛 이었다. 이소야는 입을 열지 않았다. 수긍하는 빛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무현이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왕녀의 의로움이 동방왕가의 맥을 이어주셨소이다."

아비라가 불쑥 말했다.

"목엽은 나의 친구입니다. 당연한 우정 이었고 그에게 감사하면 됩니다."

무현은 전혀 당황하는 빛이 없었다.

"그는 목엽이 아니라 대황 당세무적(堂世無敵)의 가문인 동방산장의 대황제일검 이소야(李小爺)이옵니다."

아비라가 소성을 토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사귄 친구는 떠돌이 낭인 목엽이었죠. 자유로운 이름이었고 난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하하하. 그러고보니 대황제일검 이소야가 어째서 목엽이란 떠돌이가 되었는지 들어본 적이 없군요."

아비라가 말했다.

"궁금해할 필요는 없어요. 본 왕녀도 때로는 사냥에 미친 떠돌이가 되어 사방을 튼� 다니니까. 무현왕자께서는 혹시 봉황곡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요?"

이소야를 염두에 두고 있는 질문이었다. 무현왕자는 고개를 갸웃 거린다. "글쎄요》."

아비라는 슬쩍 이소야를 곁눈질 하며 중얼거렸다.

"황금사원의 출현은 알고 계시겠죠?"

"예, 신비한 강호문파라고》."

"황금사원의 여주인이 봉황곡의 열쇠를 중무련에 맡겼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소야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황보백령의 일이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봉황시를 남궁도에게 맡겼다면 그건 그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현왕자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황금사원의 봉황곡은 진실로 존재 하는 것입니까?"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전혀 근거없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무현왕자는 도중에 만났던 무명자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비라 왕녀가 그걸 놓치지 않는다.

"알고 계신게 있는 모양이군요?"

무현왕자는 침착했다.

"황금사원의 소문이 신빙성이 없다면 벌써 잠잠해져야 할게 아닙니까. 이제는 사실일 가능성이 더 많지요."

이때 별안간 이소야의 눈빛이 무섭게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