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미치긴 했어도 머리는 좋다구'
기사입력 1996년 07월 02일 17시 36분
제 맛을 잃으면 사람이나 생선이랄수 있겠는가. 상한것은 주위까지 맛을 가게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격리시키든 아주 버리든 해야 한다. 그러나 맛이 간 것을 치우지 않은 것보다 더 위험한 일도 있다. 곁에 함께 있어도 아니 일부러라도 함께 있어야할 것을 따로 떼어놔 버리는 것이다. 혼자있는 것이 문제가 돼서 정신에 이상이 좀 왔다고 하자, 그가 겪는 질환 ‘고독병’을 치료한답시고 공기좋고 풍광 아름다운 외딴 무인도로 보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게 해야 할 것인다. 어느쪽이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인가는 자명하다. 최근 한 정신의학관련 단체의 정식 발표가 있었는데 입원치료 중인 사람들중 상당수가 오히려 가정과 사회에돌아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좋을거라고 한다. 그런데 가족들은 ‘머리가 어떻게 된’사람이 우리 가정에 있다는 게 알려질까 두려워 ‘경증환자’마저도 집과멀리 떨어진 곳에 수용이 되길 원한단다. 강제 입원중인 사람이 많은 이야기다. 뇌병원 담장근처에서 생긴일이다. 한사람이 지나가다가 승용차가 펑크가 나서 바퀴를 갈아 끼우는 중이다. 그런데 바퀴에서 풀어낸 볼트 4개를 잘 놔뒀다가 새 바퀴로 바꾸는 과정에서 그만 볼트 하나가 하수구 맨홀구컹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대다수의 우리가 알 듯이 그도 자동차 바퀴는 반드시 볼트가 4개 다 있어야만 사고없이 굴러 가는 줄 알았다. 그는 얼굴빛이 노래져 가며 손을 하수구에 넣는다. 허리띠를 풀어서 건져 본다 난리였지만 깊게 들어간 볼트를 쉽게 건질 수 없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들려 오는 말이 있었다. "바퀴를 조이고 있는 볼트 하나가 없어도 사고가 나는 건 아니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거든 다른 바퀴에서하나를 빼서 끼운 뒤 일단 정비 공장엘 가면 될 거 아니오!" 그가 ‘감사하다’는 말부터 하고 뒤를 돌아보자 주인공은 원 담 안의 환자복을 입은 사람이었던 것이다."아니 이런 분이 어떻게 여기에 와 계십니까?" 그가 묻자 환자 대답하길, "여보슈! 내가 미쳐서 여기 왔지, 머리가 나빠서 온 줄 아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