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타-슬레이어] 뿌리 같아도 갈길은 다르다
기사입력 1996년 07월 02일 14시 49분
## - 긴 머리 싹둑 자르고 얌전한 음악 변신 ## 슬레이어 - "송충이는 솔잎 먹어야…’옛 펑크곡 고수 의 변신이냐, 슬레이어의 수구(守舊)냐. 80년대 후반 록 마니아들을 장악하고 있던 헤비메탈 그룹들이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인 90년대 중반을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거 스래쉬 메탈을 대표하던 두 그룹, 와 슬레이어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의 6집 `로드'는 발매전부터 싱글 `24'가 전파를 타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주된 의견은 "가 너무 얌전해진 것이 아니냐"는 것. 특히 전 멤버가 `로드' 발매를 앞두고 메탈그룹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짧게 깎아 팬들을 놀라게 했다. 난해한 가사가 그나마 과거의 흔적을 보여줄뿐 멤버들 스스로도 "편하게 연주했다"고 말할 정도. 그러나 지난달의 내한 기자회견에서 의 보컬 제임스 해필드는 "머리를 깎은 것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머리가 짧아도 헤드뱅잉을 할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며 음악관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음을 강조했다. 반면 슬레이어는 앨범 제목을 `논의의 여지가 없는 입장(Undisputed Attitude)'이라고 붙일 정도로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스스로 `펑크 앨범'이라고 이름붙인 `언디스퓨티드 애티튜드'은 자작곡이 3곡뿐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자신들의 미발표곡인 `댐'과 `당신을 견딜수 없어(Can't Stand You)', 신곡 `쌍둥이(Gemini)'를 뺀 11곡이 모두 선배 펑크 그룹들의 곡을 자신들의 풍으로 재해석한 곡들. 슬레이어의 속마음은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펑크그룹들에게 "진짜 펑크는 이런 것"이란 본때를 보이는데 있는지도 모른다.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좋을지, 시대를 거슬러 자신들의 본령을 지키는 것이 좋을지. 이들의 서로 다른 `처세'의 공과는 팬들의 선택이 판가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