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 (22)
기사입력 1996년 07월 02일 14시 41분
왕녀 아비라.
그녀는 목욕(沐浴)중에 소식을 접했다. 희소식이었으며 그건 충분한 놀라움과 기쁨을 동반 하고 있었다.
"어서 물기를 닦아라."
욕탕(浴湯)에서 시중을 들던 시녀들은 의혹을 금할 길이 없었다. 본래 아비라왕녀는 사냥과 목욕을 가장 즐겼으며 설사 왕야 타르무의 방문이라 할지라도 목욕이 끝나야 응했던 것이다.
아비라는 거울 앞에서 치장을 하며 가슴이 설레고 있음을 느낀다. 사내와 같은 호방한 성품으로 구주(九州)를 종횡하던 그녀에게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
"목엽….그가 드디어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단 한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향수(香水)를 온 몸에 뿌렸다. 지위에 맞게 궁장(宮裝)차림도 하였다.
그래도 진정은 되지 않았다. 가슴은 자꾸 뛰었다. 아비라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였다. 신기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평소와 다른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아비라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영빈관(迎賓館)으로 향하였다. 그의 뒤에는 물론 회색 동공의 강문호가 그림자 처럼 따른다.
지난 날 있었던 이소야와의 만남과 충돌, 생사의 갈림길이 주마등 처럼 그녀를 스쳐갔다.
`목엽이다!'
아비라는 영빈관을 들어서며 한 구석에 조심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사내를 발견하고는 내심 소리쳤다. 그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무심한 눈빛.
담담한 태도.
단지 입가에 감도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자신과의 해후를 반가워 하는 전부였다.
이소야가 포권을 취했다.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아비라는 이 무뚝뚝한 사내가 자신의 마음을 뒤숭숭 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다행이군요."
그녀 역시도 마음과는 다른 말이 튀어 나왔다.
이소야는 물끄러미 아비라 왕녀를 바라본다. 제왕의 도를 취하기 위하여 그녀는 자신에게 예궁을 쏘았었다. 타무르의 수하인 백발쌍검자 하군휘를 보내기도했다. 그리고 회색 동공의 괴인까지도….
하지만, 그녀는 무슨 이유인지 마지막 순간에 살려줬다.
문득 아비라가 물었다.
"날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가요?"
이소야는 가볍게 탄성을 토하며 함께 동행한 사내를 소개한다.
"이 부은 심야의 왕자성에서 아비라 왕녀를 뵙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제서야 아비라는 목엽과 함께 왔던 청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훤칠한 용모에 남다른 기상을 지닌 젊은이, 무현왕자다.
아비라는 온통 목엽에게 집중 하느라고 동행자를 소홀히 보았다가 새삼스럽게 놀란다.
`심양의 귀공자라면….무현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