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21)
기사입력 1996년 07월 01일 17시 09분
그들은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황실의 섭정을 제거하려는 무현의 야심을 그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무명자는 그들의 경악을 아랑곳 하지 않고 말했다.
"섭정을 제거하는 일 보다도 동방의 미래를 위해서 더 중요한 일이 있어."
그 일이 무엇인가?
무현과 이소야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무명자는 주시한다.
"그것은 동방의 잃어버린 보물을 찾는 일이야. 전설의 보물이지. 백옥천제홀이라고 들어봤나?"
무현과 이소야는 동시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무명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봉황곡에 있어. 황금사원의 보고에."
황금사원의 수중에 동방의 실전된 보물 백옥천제홀이 있다는 말이 아니가. 그게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
무명자는 설명한다.
"백옥천제홀은 아득한 에날 중원의 군왕들이 동방의 천제에 대한 흠모와 존경의 징표로 동방의 천제에게 바친 역사상
가장 존엄한 보물이다. 그것을 찾으면 동방의 위엄이 되살아나고 자금성의 황제도 역사의 진실을 깨닫게 될 것이야."
그제서야 무현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렇군 제왕의 학문에서 백옥천제홀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제왕의 도에서!"
무명자는 계류에 풍덩 발을 담그었다.
"천기를 누설 했으니 내 생명도 그만큼 짧아지겠군."
그는 독백을 하듯 중얼거리며 어린 아이 처럼 이리저리 물속에서 뛰어다녔다.
무현은 무명자의 등뒤에서 목청을 돋우었다.
"부덕한 이 ㅗㅁ이 과연 백옥천제홀을 아ㄷ을 수 있겠습니까?"
"그건 말해줄 수 없다. 자네 옆에 있는 녀석의 운명이 안개처럼 모호하게 휘감겨 있어서 판단 하기가 애매해."
이소야가 물었다.
"내 신상에 변고가 발생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더 이상 묻지마라. 나 단명한다."
이소야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갑자기 물속에 얼굴을 깊이 처박았다. 심상치 않은 운명이 거대하게 밀려오고 있다니…!
이소야가 얼굴을 다시 내밀었을 때 이미 무명자는 보이지 않았다. 무현만이 우두커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무명자…그는 동방의 신기막측한 현인인 것 같소."
이소야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들은 상념에 잠기며 말을 몰았다. 이소야는 다시 황금사원을 생각했고 황보백령을 떠올렸다.
백옥천제홀의 출현으로 그녀와는 재회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갑자기 그리움이 솟아났다.
우아하고 도도하며 신비롭기까지하던 백치미의 황보백령. 그녀도 자신을 그리워 하고 있을까
아소야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했다. 그들이 아비라의 별장에 도달한 것은 다음날 초경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