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27)
기사입력 1996년 07월 01일 15시 28분
//// 서머 타임(4) ////.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방을 뛰쳐 나갔다.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안에서 말할 대사를 생각해 보았다. 역시 쑥스럽다. 나도 그냥 수영팬티 바람으로 풀속으로 뛰어들까 생각했지만 그건 역시 촌닭스럽다. 풀로 통하는 1층 로비를 건너면서 간신히 하나를 생각해냈다. 근사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거치지 않으면 안되는 교양필수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혼자이십니까? 파인주스 한잔 같아 어떤신지요? -프레드릭 포사이드 신도로부터-' 그렇게 쓰인 매모를 갖고 호텔보이는 단정한 자세로 라운지 바를 나갔다. 이곳 1층 라운지에선 유리를 통해 블루빛 조명의 풀이 바로 보인다.보이가 너무나 공손한 모습으로 상황설명을 하는 제스처가 보인다. 1백달러의 팁이 결코 아깝지 않은 정중한 모습이었다. 보라빛 수영복여자는 보이의 영어를 알아 듣는 것 같다. 그리고 메모를 본다. 그녀가 창을 통해 이쪽을 볼 때 그는 얼른 눈을 돌리면서 주스잔을 들었다. 잠시 후 보이는 만면에 웃음을 뛰우면서 돌아와 경과보고를 한다.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이쪽으로 오겠다고 했단다. OK! 뭐 다른 심부름시킬 것 있으면 꼭 자기를 불러달라고 명함까지 내놓는다. "고마워요". "행운이 있으시길...". 보이는 의미있는 눈짓까지 해대며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눈앞에 나타났을 때 눈이 돌아버릴 뻔 했다. 영화촬영 중의 여배우가 잠시 휴식을 하러 들어 오는거 아닌가 하는그런 기분이다. 입이 찢어질 만큼 예뻤다. 낮에 볼때와는 또 틀린 분위기다. 물에 젖은 긴 머리카락, 갈아입은물색 원피스에선 금방이라도 물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릴 듯 산뜻하다.낮엔 선글라스에 가려, 보지못한 그녀의 눈동자는 크고 새카맣게 빛난다. 얼굴도, 몸매도, 스타일도 시원시원한 그런 타입이다. "파인주스보다는 칵테일을 한 잔 하고 싶어요". 그녀가 보조개의 웃음을 지을때 그는 버터처럼 녹아버릴 뻔 했다. 사람을 녹여버릴 정도로 야하고 귀여움이 담뿍한 표정이다. 목소리도웃음소리도 정말 매력적이었다. "추리소설에 환장한 제 친구가 추천해 줬어요. 여행할 건데 정말 재미있는 책 있으면 하나만 말해보라고 했더니...". "그래도 낮에 보던 그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쟁하는 얘기이고 이런데 오면 여자가 읽기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은데...". "전쟁얘기만 있었으면 읽다 말았을 거예요. 남자세계의 의리라는 게좋았어요. 용병부대원들끼리도 그렇지만 샤농이란 용병대장이 쿠데타를성공시킨 뒤에 인간미는 있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장군에게 나라를 넘기잖아요, 돈을 더 벌수 있는 기회도 포기하고 오래전에 그 장군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요...". 두 사람은 자연스레 공통화제에 물입해 갔다. 한권의 책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