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나이트클럽에 웬 야구용어
기사입력 1996년 07월 01일 15시 28분
**신세대들 부킹신청 은어로 유행!
"고돌아, 오늘도 잘 좀 던져봐." "잘 던지면 뭐합니까. 매번 헛스윙만 하시면서…. 오늘은 팍팍 던져 드릴테니까 홈런 한방 날리세요."
얼핏들으면 야구장에서나 나올법한 대화 같지만 실은 요즘 나이트클럽에서 유행하는 `부킹은어'의 한 토막이다.
젊은이들이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에게 부킹을 신청할때 은어로 야구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야구용어를 사용할때는 웨이터가 나이가 많더라도 반드시 반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루키'(초보자)로 인식되기 때문.
"공을 던진다"에서 `공'은 여자손님을, `던진다'는 부킹을 의미한다.
`헛스윙'은 `투수'(웨이터)가 `공'을 잘 던졌음에도 `타자'(남자손님)가 제대로 치지 못했을때(퇴짜를 맞았을때)를 말하고 `홈런'은 파트너와 나이트클럽을 나와 2차, 3차를 거쳐 `풀코스'까지 가는 경우를 일컫는다.
풀코스까지 가는 경우를 `더블헤더'라고도 표현한다.
삼진, 도루, 4구왕이란 표현도 있다.
`삼진'은 웨이터가 3차례 부킹을 시켜줬는데도 모두 퇴짜를 맞는 것인데 이 경우 타자는 타자석(테이블)을 떠나야 한다.
`도루'는 절대 금기사항. 1차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풀코스'를 요구하는 우를 범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웨이터는 부킹 능력에 따라 대개 3~4등급으로 나뉘는 데 미모의 여성을 자주 부킹 해주는 웨이터는 `에이스'로, 미모는 아니지만 급한대로 한번쯤 부킹을 성사시켜주는 웨이터는 `소방수'로 불린다.
던지는 공마다 볼(못생긴 여성)인 웨이터는 `4구왕', 어쩌다 한번 던진 공이 `치명적인' 볼일 경우는 사구(死球)로 통한다.
미국 처럼 와 마이너리그도 등장한다.
`메이저'는 서울 강남의 대규모 호텔나이트를, `마이너'는 이태원 신촌 등지의 소규모 디스코텍을 지칭한다는 것.
강남 E호텔 나이트클럽 웨이터 이모씨(28)는 "최근 들어 야구은어가 유행, 거의 표준말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순진하게 `부킹 좀 부탁합니다'하면 웨이터들로부터 외면 당하기 십상이어서 야구 은어를 배우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