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애욕의 소용돌이(19)
기사입력 1996년 06월 29일 18시 38분
"과연 왕녀 아비라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
무현왕자가 잠시 쉬어가는 길목에서 물었다. 계류(溪流)에 손을 담그고 있던 이소야가 그를 바라보았다.
일국의 왕자로 태어나 볼모의 몸이 되어 있는 그의 심정은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소야는 망설이지 않는다.
"반드시 도와줄 것입니다."
"만일 우리의 판단이 틀렸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일세."
이소야의 무심한 안면에 일말의 살기가 머물렀다.
"아비라가 왕자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은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무현이 물었다.
"재앙은 어디서 오는가?"
이소야가 대답했다.
"동방산장에서 옵니다."
"아비라왕녀가 진정 안목이 있다면 자네의 재앙을 원하지 않을텐데》."
"믿으셔도 될겁니다."
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품안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의아한 이소야다.
"이게 무엇입니까?"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야."
이소야는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 공손히 양피지를 받아 들었다. 거기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어 있었다.
--해동검결(海東劍訣).
이소야는 놀란다.
"이...건?"
무현왕자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제왕의 도(道)와 함께 있었다. 뒷부분에 감춰져 있었지. 그래서 제왕학이 해동검결의 무공비급으로 알려졌던 것이야."
"아?"
"해동검결을 자네에게 주겠어. 동방산장의 이소야...그대의 자질이라면 능히 중원천하를 석권할 수 있으리라 보네. 연마하게."
이소야는 뜻밖의 행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묵린향에 이어서 이번에는 절대의 검법이었다.
"왕자께서 수련하셔야될 줄 아옵니다."
"고리타분한 존칭은 삼가기로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난 자질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도 제왕의 도를 깨우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한데, 해동검결이라니...욕심만이 앞설 뿐이야. 부탁하겠어."
이소야는 몸둘 바를 모른다.
"모든 무림인이 꿈에도 그리는 검법을 내가...차지하다니."
이소야와 같은 사람도 이 순간만은 감동한다. 무인으로서의 꿈은 최강의 절학(絶學)을 수련하는 것이 아니던가.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
이소야의 가슴속에서 천하가 격랑(激浪) 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