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전남 승천 보라'

기사입력 1996년 06월 29일 16시 54분



**올림픽태표 최종엔트리 탈락 … 팀 기여 결의

**다부진 체격 활용 철벽수비 자랑


허정무 전남감독은 지난 26일 주전 스토퍼 김태영(26)이 올림픽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해 광양으로 돌아오자 표정관리에 애를 먹었다.

"대놓고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위로만 하자니 내코가 석자고…."

이달초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후 허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일은 허약하기 그지없는 선수층의 보강.

특히 스위퍼 유동우와 송광환의 잇단 부상, 김현수 김태영의 올림픽팀 차출로 수비진의 자원은 이미 고갈된 상태였다.

컴백전이었던 지난 6일 부천 전에서 1대0으로 이겨 고향팬들에게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지만 그날 이후론 4골 먹는게 일상이 돼버렸고 타구단 감독들에게 선수를 구걸하는게 허 감독의 과욋일이었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바뀌었다.

지난 22일 부산 대우전부터 유고서 날아온 GK 페트로(29)가 전남에 둥지를 튼데다 믿음직한 `요격기' 김태영까지 돌아와 골문을 촘촘히 메우게 된 것이다.

상대 스트라이커를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스토퍼'라는 위치가 그렇듯 김태영의 플레이는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평상시엔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가 잠깐 자리를 비운 정규리그 8경기서 전남은 무려 19골을 내주며 다른 팀의 `봉'이 되고난 후에야 김태영의 가치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1m 80, 73㎏의 다부진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와 끈질기게 따라붙는 파이팅 때문에 대부분 골잡이들은 `김태영에게 걸린 날은 공치는 날'로 여긴다.

거기다 가끔 중원에서 기습적으로 날려 GK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중거리포는 94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2골을 터뜨렸던 그만의 전매특허다.

올림픽팀 탈락은 그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좀처럼 웃음을 잃지 않고 동료들에게 농담을 던지는 천성인 김태영의 말수는 요며칠 사이에 퍽 줄어버렸다.

"아쉽긴 하지만 팀이 어려울때 돌아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온 스토퍼'의 눈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독기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