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25)
기사입력 1996년 06월 29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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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2)
------. 바다를 바라보는 집에 사는 건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하지만 정작3일만 살아보면 바다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똑같은 바다가 매일 거기있으니까 별 감흥도 없고 한달쯤 지나면 지겹기까지 하다.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은 한달 30일은 바다가 매번 다르게 보이는 그런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말하자면 보통사람은 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3일만 살고 오는 게 바다가 보이는 집에 대한 꿈을 다치지 않는 거다. 그는 태평양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15층의 호텔방을 3일간 예약했다.베란다 문을 열고 커튼을 활짝 제쳐 버리고 난간에 선채 눈이 아플때까지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전망이 좋았다. 얼마만의 바다냐. 그는 급한 마음을 억누르며 태평양의 빛 해변에 몸을 적셨다. 호텔에 붙은 보트하우스에서 고무 매트리스를 빌려그 위에 찰싹 엎드린 채 한참을 헤쳐나갔다. 따가운 태양볕이 차가운 물살과 어우러져 기분좋게 온 몸을 어루만진다. 그는 느긋해진 기분으로 눈을 감은채 거의 잠들 듯 한참을 바다위에떠 있었다. 그는 해변가 야자수 그늘 아래 고무매트리스를 펴고 드러누운 채 갖고온 비닐주머니를 뒤졌다. 그는 유일한 취미라면 추리소설을 독파하는 것이다. 웬만한 의사들이라면 다 즐기는 골프나 레저 스포츠도 하지 않는다.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특별한 좌석을 빼곤 술집도 가지 않는다. 맥주 한병이 딱 좋다.
자연 여자들이랑 놀 기회도 별로 없고 그렇다고 여자들이랑 연애하는데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도 않다. 서른 셋이라는 나이가 결코 적은 건 아니지만 결혼은 언젠가 때가 되면하게 되리라 믿고 있다. 그의 용모가 남자로서 결코 빠지는 것도 아닌데 아직 여자가 없는 건 공통화제로 흥미진진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대를 찾기 때문이다. 물론 뇌수술이나 신경조직에 관해서만 관심있는 건 아니다. 최소한추리소설의 명인들, 프레드릭 포사이드, 켄 폴레트, 엘러리 퀸의 작품묘미에 신음할 줄 알고 음악, 특히 흘러간 팝송, 와 로큰롤과 정도에는 감흥을 갖는 그런 상대가 좋다. 그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할 때 마음속에 또 하나 선서를 한건 절대로 물질적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결혼할 여자와는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수없는 중매를 거절한 건 대부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야자수 그늘에 비스듬히 누운 채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교섭자'를 읽었다. 그는 추리소설중에도 특히 포사이드의 마니아다. 지나간 책도 몇번이고 몇번이고 읽는 쪽이다. `재칼의 날'같은 작품은 열일곱번을 읽었다.
태양이 이제 서서히 기울고 있다. 비수기의괌 해변엔 별로 사람이 많지 않다. 그는 책을 덮었다. 한적한 비치를 좀 걷고 싶었다.
그가 지나치는 해변의 의자엔 선글라스를 낀 여자가 누운 채 책을 읽다 잠들어 있었다. 얼굴을 덮은 책을 힐끗 보다간 전율이 일었다. 한글로 된 제목,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전쟁의 개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