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통신] '자판기 왕국' 필수품은 동전지갑
기사입력 1996년 06월 28일 16시 26분
절그렁, 절그렁-.
처음 일본에 와서는 주머니가 불룩했고, 걸을 때마다 주머니 속의 동전이 소리를 냈다. 외국에서는 돈의 단위가 헷갈리고, 큰 돈을 내면 알아서 거슬러 주기 때문에 절로 동전이 모이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동전은 1엔, 5엔, 10엔, 50엔, 100엔, 500엔 짜리 6종류로 우리나라와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1원과 5원짜리는 세금낼 때나 써,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드문데 물건을 살 때마다 소비세를 내야하는 일본에서는 1엔짜리도 많이 필요하다. 독자 여려분은 웬 동전 이야기냐고 생각할테지만 이번주 이야기의 본론은 동전 그 자체는 아니고, 동전과 관련된 2가지얘기다. 하나는 자동판매기이고, 다른 하나는 `핸드백족(族)'이다.
일본은 자동판매기의 나라다.
담배 음료수 술 전화카드 세면도구서부터 간단한 음식이나 안주거리, 신칸센의 차표 등 웬만한 것은 모두 자동판매기에서 살 수 있다. 거리나 호텔의 로비 등 공공장소에 즐비한 자동판매기는 24시간 물건을 토해낸다. 식당 등에서도 담배와 전화카드는 자동판매기에서 빼야 하지만 한국식당만큼은 우리나라식으로 종업원에게 주문하면 가져다 준다. 일본의 자동판매기는 1천엔짜리 지폐도 술술 잘 받아 먹어 편리하다.
그러니 동전과 1천엔짜리 지폐를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이 동전 때문에 가지고 다니게 된 것이 손에 들고 다니는 핸드백이다.
사복을 입었을 때는 동전을 동전지갑에 담아 손가방속에 넣고 다닌다.
(김)성한이형과 매니저인 (최)인호형, 나를 취재하려고 온 특파원이나 자주 만나는 유학생들은 모두 `핸드백족'이다. 가방안에는 동전지갑, 담배와 라이터, 전화기, 명함, 수첩, 일본어 회화책 등이 들어있다. 덕분에 주머니가 불룩해 보기 싫은 것도 없고, 무겁지도 않다.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러울 것 같지만 습관이 되면 무척 편하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손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필요하면 서류가방 같은 큰 가방을 들고 다닌다.
그래서 손가방을 들고 다니는 우리 일행을 보고 일수놀이하는 사람들 같다나.
그래도 휴대해야 할 물건은 많고 또 무엇보다 편한 걸 어떡하나.
아마 자기들도 이렇게 해보면 전부 들고 다닐것이란 생각에 나고야에 한번 손가방을 들고 다니는 `선 스타일'을 유행시켜 볼까 생각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