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호랑이 선생님'의 작은고민
기사입력 1996년 06월 28일 16시 25분
전남 드래곤즈의 신임 조병욱 단장은 요즘 야릇한 고민거리 하나가 생겼다.
난생처음 뛰어든 축구판의 유일한 지인(知人)에 대한 `호칭' 때문이다.
상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안양 의 조영증 감독.
조단장과 조감독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얼핏 듣고는 가족 내지 친척 정도로 여기기 십상이다.
성씨가 같은 점도 있지만 에 청춘을 바친 조단장과 그라운드에서
잔뼈가 굵은 조감독의 인생을 `축구' 또는 `용광로'의 선후배 관계쯤으로
연관짓기에는 너무나 판이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은 사제지간이다.
지난 70년 조감독이 까까머리로 서울 중대부고에 막 입학했을때 조단장이
불어교사로 갓 부임했고 마침 1학년 불어를 가르쳤던 것이다.
`햇병아리'끼리의 신선한 만남이었다.
그러나 이들간의 사적인 인연은 썩 좋게 맺어지지 못했다.
당시 운동장에서 공과 살다시피한 `미래의 스타' 조감독은 수업을 거르기
일쑤였고, `호랑이 선생님' 조단장은 "학생으로서의 본분이 뭔지를 일깨워
주겠노라"고 벼르다 끝내 `사랑의 매'를 들었던 것이다.
얼마 뒤 로 직장을 옮긴 조단장에게는 교사시절과 조감독과의 인연은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 버렸다.
그러나 최근 뜻밖에도 축구단에 몸담게 됐고, 조감독과의 `제2의 인연'을
맺기에 이른 것이다.
특이하고도 질긴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조단장과 조감독은 만나지 못했다.
물론 조단장은 `스타'가 된 국가대표 출신의 조감독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조감독은 고교시절의 불어선생님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 지 의문이다. 혹 어여쁜 여선생님이었다면 몰라도.
어쨌든 조단장은 요즘 작은 고민에 빠져있다.
제자를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영증아"라고 불러야 할 지, "조감독"하고 불러야
될 지 호칭문제 때문이다.
"영증아"라고 부르자니 결례가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조감독"하고 부르자니
어쩐지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서다.
조단장과 조감독은 29일 목포에서 벌어지는 전남-전때 만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