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가족부대 응원' 바람
기사입력 1996년 06월 28일 15시 28분
**이창호9단 부친 일본-중국서도 유명 **'고독한 승부사'뒤엔 우리가 있다 승리의 뒤켠에는 가족부대의 응원이 있다. 바둑대회장에 최근 가족응원부대가 대거 몰려오고 있다.
바둑대회장은 뼈를 깎는 수도의 장이라 해서, 전에는 가족출입 금지구역 이었다.
그러나 이창호9단의 부친과 9단의 부인이 행운의 가족부대로 명성을 얻으면서, 지난 24,27일 열린 제1회 배 세계기왕전 대회장에는 역대 가장 많은 5명의 기사가 가족부대의 성원을 받았다.
이창호9단의 부친 이재룡씨는 중국과 일본에까지 소문난 가족부대 대표선수.
전주에서 고속버스나 기차로 오가는 이씨는 "어릴적부터 늘 데려다주다 보니 버릇이 됐지만, 창호도 싫은 눈치가 아니어서 계속 나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9단의 부인 정미화씨는 일명 행운의 여신.
조9단이 2년전 동양증권배를 움켜쥐었을 때도, 진로배 단체전을 연거푸 거머쥘 때도 정씨는 항상 조9단의 자리를 지켰다.
정씨는 `운전 안하는' 조9단을 모셔다주는 운전기사역과 컨디션 조절까지 책임지는 조9단의 매니저.
서능욱9단도 아내 덕을 봤다.
서9단의 부인 현미숙씨는 이날 인천 집에서 대국장까지 손수 운전으로 서9단을 `모신뒤', "부담갖지말고 평소 실력을 보여주라"고 남편에 주문.
대국 전날 잠을 2시간도 채못잔 아내가 하루종일 자리를 지킨 덕인지, 서9단은 배 본선 1회전에서 일본 최강 고바야시 고이치9단을 낚아채는 괴력을 발휘했다.
유시훈7단의 집에서는 어머니 신용주씨와 여동생 유지인씨( 역사교육4년)가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오빠를 태우고 가려고 오빠가 사준 하얀색 엑센트를 끌고왔다"는 유지인씨는 대국 종반 오빠가 불리하다는 말에, 일본의 요다9단에게 5점 지도대국(흑불계승)을 받는 등 태연하려 했으나 결국 지고말자 몹시 슬픈 표정.
반면 중국의 예내위9단은 남편 강주구9단이 예상외로 유7단을 꺾자, 연신 함박웃음.
중국 천안문 사건으로 미국에망명한 강9단과 5년전 일본에서 비운의 극비 결혼식을 올렸던 예9단은 최근 일본에서 2년여 뒤늦은 신혼의 단꿈을 꾸며 바둑공부에만 전념하고 있다며, 한때 중국 최정상이던 남편이 다시 부활할 것을 믿는다는 눈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