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최규병 7단 ●유창혁 9단

기사입력 1996년 06월 27일 16시 47분


## 본선 토너먼트 제3국 제9보 (96~104)=백 96은 당당한 힘겨루기. 상대가 비록 타이틀 보유자요,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지만 그 타이틀과 명성이 지금 이 순간, 이 한판의 승부를 뒤바꿔 놓지는 못한다. 승부의 세계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법이다. 포기하지 말고 갈고 닦으며 때를 기다리라. 당(唐)대의 천재시인 이장길(李長吉)도 `자소년(刺少年)'이라는 시의 한 구절을 통해 이렇게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소년안득장소년(少年安得長少年)

해파상변위상전(海波尙變爲桑田)

고영체전급여전(枯榮遞專急如箭)

천공일긍위군편(天公壹肯爲君偏)

소년은 언제까지나 소년으로 머물러 있을 수 없고 파도치는 바다가 뽕밭으로 변하듯 인간사의 영고성쇠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빠르게 바뀌고 또 바뀌는 것 어찌 하늘이 항상 그대편에만 있겠는가. 흑 97, 99는 실전적 타법. 보통은 의 흑 1인데 이 수는 백 2 이하의 반발로 흑이 곤란해진다. 백 16 다음 흑 A면 백 B. 또는 수순중 흑 3으로 의 흑 1에 두면 백 2, 4로 나가끊어 역시 흑이 곤란하다. 흑 101, 103. 이제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흑이 휘두르는 칼끝에는 은은한 살기(殺氣)가 흐르고 일거에 좌중앙 출구를 봉쇄당한 백의 앞길에 짙은 먹구름이 깔린다. 과연 백은 이 어두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 해설.김재구 8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