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23)
기사입력 1996년 06월 27일 14시 02분
//// 담배를 피우는 여자(10) ////. "형, 날 오해하지 말아주라. 밖에 있는 저 여자가 다른 녀석의 아내이기를 바라진 않을거야 형도. 날 지켜봐 줘. 내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든 형은 내 뒤에서 있는 힘껏 내 어깨를 쳐줘야 돼". 화장실의 거울 속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형에게 말하듯 읊조렸다. "형! 솔직히 지금 난 무지무지하게 떨려. 다른 날도 아니고 결혼을하자는 날이란말야". 내가 거울에 인상을 쓸 때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심호흡을 열일곱번에 걸쳐해서 뱃속에 딴딴한 기운을 만든 뒤 두 주먹을 꾸욱 쥐고 부르르 떨었다.
오줌을 누던 일본 친구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다간 나와눈이 마주쳤다. 난 씽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V를 그리곤 그곳을 나왔다. 그녀는 거의 넘어갈 듯 놀랐다.
누구라도 안 놀랄 수가 있겠는가.옛날 자기에게 프로포즈하던 남자의 옷, 그걸 내가 입고 엄숙한 자세로앞에앉아 있는거다. "그 옷은...". 그녀의 말을 내가 담박에 짓누르며 막았다. "일본에 왜 오자 그랬는지 아시죠.
아르바이트 때문이 아닌 걸 알겁니다. 이 여행의 목적은 우리가 여태까지 마음속에 묻고 있는 감정을피차다 털어 놓고 더 없이 친해지자는 것입니다". 내 말하는 분위기 역시도 그녀에겐 충격인 것 같다. 여태까지 부드럽고 재미있는 얘기만 해 왔던 나였다. 컴큐터에다가 입력까지 해가며 썰렁 시리즈 때위를 외우고 그녀를 만났던거다. 그녀는 담배를 연신 피워댔다. 담배를 낀 가느다란 손가락 역시 마구마구 떨렸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녀 역시 나만큼 가슴속에서 흑인 인형들이 둥둥북을 울리고 머릿속에 장난감 병정들이 총을 빵빵 쏴대고 있는 것이다. 난 그나마 화장실에서 큰 숨쉬기운동으로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그녀는 무방비지대에서 내 사랑의 폭탄을 맞았다. 그녀가 또한번 담배를 바꿔피울때 난 인상을 쓰며 말했다. "담배는 몸에 안 좋다고 그동안 수없이 말했습니다. 오늘은 그 말을어렇게 바꿀게요. 담배는 아기갖는데 결정적으로 해롭습니다". 그녀는 또 한번 충격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연기를 뿜으며 피우던 담배를 어쩔 줄 모르고 허공에서 멈추고 있었다. "형과 결혼했던 것보다 휠씬 더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제 더이상 형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마음을 받아주세요". 난 콤비 윗도리 안 주머니에 미리 넣어놓았던 장미 송이를 그녀앞에내밀었다. 그녀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눈물 맺힌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미송이와 함께 내 손을 꼬옥 잡았다. 우리는 바로 카페를 나와 끝없이 걸었다. 우리가 있던 테이블에는 그녀의 담배와 라이터가 그대로 놓여있었다.담배는 아기에 해로우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