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스타] 서울대공원 하마가족
기사입력 1996년 06월 26일 16시 15분
## 밤에 찾아 오세요
요즘 공원의 하마가족이 관람객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관람객들에게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임무를 망각한채 시도때도 없이
늘어지게 잠만 자고 있기 때문.
대부분 관람객들은 오전 11시~오후 4시 사이에 대공원을 많이 찾는데
이 시간은 하마가족들이 한창 꿈나라를 헤매는 `한밤중'.
영문을 모르는 관람객들은 이제나 저제나 깨어나기를 기다리다가
발길을 돌리기 일쑤.
특히 하마들은 아빠, 엄마, 아이 순으로 나란히 포개져 자는
버릇때문에 또한번 놀림의 대상을 되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거대한
고깃 덩어리가 겹쳐져 있는 것처럼 보여 짓궂은 아이들이
`공포의 삽겹살'`돼지'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하마들의 습성을 모른데서 비롯된 오해.
하마들은 억울하다며 `밤에 방문하면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항변한다.
하마는 원래 야행성이어서 밤에 열심히 먹이를 찾아 움직이는 대신
낮에는 주로 잠을 자는데, 땀을 많이 흘려 피부가 오그라들
정도가 되면 깨어나 배설물로 표시해둔 길을 따라 그늘이나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쳐 놀다 다시 잠자기를 반복한다.
`공포의 삽겹살'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나란히' 자는 모습은
집단생활을 하는 하마들의 지극한 가족애로 오히려 칭찬해야할
`정겨운'장면이다.
하마들은 뙤약볕 아래 잠을 자면서도 바짝 붙어 서로의 체온과
숨소리를 느껴야 편안하게 자는 습성이 있기 때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