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16)
기사입력 1996년 06월 26일 15시 10분
그들 역시도 족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옷차림이 화려하고 수중에는 시퍼런 대두도(大頭刀)를 움켜쥐고 있다는 것이다. 위맹한 몸짓을 보이고 있는 네 명의 몽고인.
그들 앞에는 수 명의 희생자가 발생해 있었고 다른 인들이 두려운 빛으로 포위망을 형성 하고 있었다. 무현이 의아하여 물었다.
"그들도 인이 아니오? 같은 동족끼리 칼부림이라니?"
촌장은 고개를 떨구었다.
"부끄럽지만 그들은 만주족(滿洲族)에게 붙어서 동족을 모함하고 시기하는 무리들 입니다. 임당(林撞)이란 자가 괴수이고 청마위(淸魔衛)란 단체를 만들어 만주족에 반대하는 동족들을 핍박 합니다. 타르무의 지시를 받고 출동했을 겁니다." 이소야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언뜻 스쳐가는 살기가 깨진 유리의 단면 처럼 날카롭게 반짝인다. "고약한 작자들이군. 청마위라?"
족 촌장은 그들의 등장이 매우 두려운 듯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들은 청마위의 일급 무사들로 중원에서도 이미 명성을 날리고 있는 자들입니다." 이소야는 동요하지 않는다.
"난 중원의 고수들을 상대하고 싶었소."
그는 촌장을 안심 시키며 천천히 장내로 걸어 나갔다. 태도는 신중하였고 움직임은 평상시와 다름이 없었다. 청마위의 초로인이 흠칫 표정이 굳어졌다. 이마에 반점이 찍혀 있는 그가 이소야를 발견한 것이다. "그대는 누구인가?"
이소야는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과거의 고통은 기억의 편린속에 잠재되어 있을 뿐. 이제 목엽은 동방산장의 이소야인 것이다. "내 명성을 그대가 들을 자격이 있을까?"
반점의 초로인. 출신으로 중원에 진출하여 귀문절도(鬼門絶刀)란 명호를 얻게된 그는 분명 범상치 않은 사내였다. 그러나 귀문절도는 금일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상대방의 오만함 때문이 아니었다. 목전의 사내에게서는 감히 범하지 못할 기도(氣度)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귀문절도의 우측에 있던 위인이 눈을 부라렸다.
"어린 놈이 참으로 건방을 떠는구나. 내 곧 네놈에게 관짝의 차가움을 느끼게 해주리라." 성미가 급한 맹도유객(猛刀遊客)이 팔소매를 걷어 붙였다. 그가 쥐고 있는 대두도에는 핏물이 방울져 흘러 내리고 있었다. 다른 두 명도 각기 자세를 잡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한다.
이소야는 전혀 출수할 태세가 아니다. 단지 그는 방금 전에 선물 받은 묵린향을 코 끝에 대본다. "이상하군. 향기가 전혀 없어. 이번에 시험해 보면 알 수 있을테지."
이소야는 채찍을 거머쥐며 무섭게 그들을 쓸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