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부] 이재인씨 소설 한반도 첫 쿠데타 재조명
기사입력 1996년 06월 26일 15시 09분
## 관리들의 비행-신음하는 무자리들 아픔 그려 "역사소설은 역사를 바탕으로 문학적으로 재구성,우리의 삶과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가늠자의 기능을 가진다. 일찌기 이광수, 현진건, 러시아의 톨스토이, 그리고 프랑스의 스탕달도 역사소설에 탐닉했다." `소설 정중부'(효진출판사 간)를 쓴 작가 이재인.
고려조 의종 24년(1170). 이땅에 최초의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무신 정중부.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인종 11년. 섣달 그믐. 궁중에서는 연례행사에 따라,잡기인 나례(懶禮)가 시작됐다. 견룡대정 정중부도 종이로 만든 용의 탈을 쓰고 재주를 보였다. 묘기가 끝나자 왕을 비롯한 만조백관들의 박수가 뒤따랐다. 이때 당대의 세도가 김부식의 아들 김돈중이 정중부의 수염을 촛불로 태우는 사건이 발생한다. 김돈중이 촛불을 치켜들고 비칠비칠 정중부 앞으로 다가갔다.
"야잇,이 곱사맞은 무인놈이 수염은 무슨 수염이냐? 캐코같이 백호를 치든지 할일이지?" 당시 숭문천무(崇文賤武)의 조정의 풍토는 결국 `정중부의 난'을 불렀다.
파장에 엿가락내듯 무신들은 문신들을 도륙했다. 이틀만에 개경은 정중부의 수중에 넘어 갔다. 뒤에 정중부 일파를 거세하려 했던 이고,이의민,경대승 등이 벌이는 권력암투는 정치의 무상함을 일러 준다. 이 소설에는 고려조의 언어를 되도록 복원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정중부의 파란만장한 생애는 물론 수탈과 탐학으로 일관하는 관리들의 비행과 이에 신음하는 무자리들의 아픔을 재조명하려 했다. 또한 성공한 쿠데타란 있을 수 없다는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