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비화] 5월31일의 미스터리
기사입력 1996년 06월 25일 17시 04분
## 정회장 취재진 따돌린 까닭은… () 본부는 취리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스위스판 일출봉(Sonnenberg)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운명의 날'인 5월31일(이하 현지시간) 하우스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공동개최냐' `투표강행이냐'의 여부가 결판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건물 주변에 모여있던 1백여명의 취재진도 신경이 무척이나 예민해져 있었다.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에도 촉각이 곤두설 정도였다.
기자들이 공동개최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것은 회장이 이날 저녁 취리히 시내 한식집에서 한-일 유치위 관계자들과 집행위원들을 초청, 만찬을 베풀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부터. 결국 전날 이미 모든 것이 합의됐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곧이어 만찬이 취소됐다는 말이 전해졌다. 취재진들은 헷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한국기자들을 두번 골탕먹였다. 부회장()이 있는 한국의 취재진은 당연히 집행위원회 결정도 가장 먼저 알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안의 비중을 감안해 회장도 이날 점심때 구내 호텔에서 한국기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분위기를 귀조해 주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되도록 정회장은 나타나지 않고 축구협회 부회장이 나오더니 "정회장이 나올 처지가 못된다"며 대신 오찬을 주재했다. 기자들의 다급한 질문에 김 부회장은 "회의에 참가하지 않아 모른다" "아직 공동개최건은 논의되지도 않았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그러나 회의종료 예상시간보다 훨씬 이른 오후 1시40분쯤 의 헨리폭을 필두로 집행위원들이 잇따라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김 부회장의 오찬 발언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역사상 처음인 공동개최가 점심식사 후 순식간에 해치울만큼 간단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집행위원회서 공동개최를 결정한 사실을 기자들에게 최초로 얘기한 사람도 회장이 아닌 잭 워너 트리니다드 토바고 집행위원이었다. 그래도 기자들은 현관에서 1시간이 넘게 회장을 목빠지게 기다렸으나 그는 이미 `샛길'로 기자회견장인 돌더 그랜드 호텔로 빠져나간 뒤였다. 정회장은 왜 기자들을 따돌렸을까.
